5일 인천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SK 경기에 앞서 은퇴를 발표한 최태원이 관중의 박수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철인’도 세월의 도도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최태원(33)이 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 시작 전 은퇴를 발표하고 11년간 밟았던 녹색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홀가분하고 후회는 없습니다.” 최태원은 95년 4월 16일 쌍방울 레이더스(당시) 소속으로 광주 해태전에서 대타로 첫 출전했다. 이후 쌍방울은 SK로 바뀌었지만 구단을 떠나지 않고 2002년 9월 8일 현대와의 홈경기까지 약 7년5개월 동안 1014경기 연속출장이라는 22년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으로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강인한 정신력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철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최태원은 “2000년 시즌 중반 슬라이딩할 때 입은 부상으로 무릎에 물이 차 고무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는데 진통제를 맞고 뛰었다. 주위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니라 했지만 ‘할 수 없다’는 생각보다는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뛰었다”며 연속출장기록을 세우기까지의 역경을 회상했다.

당시 SK 강병철 감독의 지시에 따라 연속출장기록을 1014에서 멈춰야 했을 땐 야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정말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팀을 생각해서 욕심을 버려야 했죠. 감독님의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최태원은 올 시즌 팀이 4위권 싸움에 치열했던 터라 은퇴발표만 하고 공식 은퇴식은 2004년으로 미뤘다. 그는 “96·97시즌 소속팀이 플레이오프에만 올라갔지 한국시리즈에는 한 번도 진출하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우승을 거머쥐어야 하는데”라며 기대를 거두지 않았다.

그는 93년 경희대를 졸업하고 쌍방울 레이더스에 신인 2차지명 1순위로 입단한 이래 95년 147안타로 최다안타 1위, 97년 2루수 골든글러브 수상, 97·99·2000년 통산 3차례 올스타 선정 등 특출한 스타가 없던 소속팀의 기둥으로 활약했다. 2000년부터는 바뀐 팀 SK 와이번스에서 팀분위기를 이끌며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내는 숨은 공신 역할을 했다. 개인통산 1284경기에 출장해서 타율 2할6푼8리, 1133안타, 24홈런, 344타점, 130도루를 기록했다.

최태원은 은퇴한 뒤 2004년부터 미국 피츠버그 파이리츠 산하의 마이너리그팀에서 코치연수를 받고 지도자의 길을 걸을 예정이다.

“새롭게 태어나는 ‘철인’을 지켜봐주십시오.” 그라운드를 떠나는 최태원의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