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지난 대선 때 70억원 가량이 당시 민주당에 전해졌다고 일제히 보도됐다. 낙선한 한나라당에도 비슷한 규모가 전달됐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다.
상식적으로 SK그룹뿐만이 아닐 것이다. SK그룹만 유독 비자금을 뿌려야만 했을 까닭이 없다. 그렇다면 여야의 대선자금 규모는 도대체 얼마였는지, 쓰고 남은 돈들은 지금 여야의 어디에 있는지 커다란 의혹이 아닐 수 없다.
여야는 공히 인터넷 선거 운운하면서 지난 대선이 가장 깨끗했던 선거였던 것처럼 선전해왔다. 그러나 SK 사건 하나만으로도 그 같은 선전이 거짓이란 사실이 드러났다. 어찌보면 대선자금이 1997년 대선과 같은 규모가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다.
법적·정치적 문제는 집권측에 보다 심각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지난 7월 대선자금 내역을 공식 발표, 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덩치 큰 후원금은 100억원이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신주류 핵심 관계자가 “지난 대선때 5대 그룹이 약속이나 한 듯이 10억원씩 가져왔다”고 말한 바도 있다. 그러나 이제 이런 발표와 말들은 모두 성립될 수 없게 됐다.
더욱 이상한 것은 당시 대선자금을 총괄했던 이상수 전 사무총장이 ‘SK 70억’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라고 황당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 점이다. 이 전 총장의 반응이 거짓이 아니라면 이 70억원은 누가 받아서 어떻게 처리했는지 의문이다. 당 공식기구가 아닌 비선( 線) 개입설도 나돌고 있다고 한다.
검찰의 이번 수사로 경제에 악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2000~2001년에만 2100억원을 장부에서 누락시킨 SK해운의 경우처럼 기업들은 줄기차게 비자금을 만들고, 정치권은 그것을 빼앗아가고, 문제가 터지면 경제 악영향 논란으로 검찰 수사가 멈칫거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은 난감하면서도 분통터지는 심정으로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