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동인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은 김연수씨는 3일 오후 “이번 수상이 큰 전기가 될 것 같다”면서 “앞으로 계속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a href=mailto:choish@chosun.com>/최순호기자<

-수상 예감이 있었습니까?

“2주 전 4명으로 압축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전혀 생각 못했습니다. 그러나 4명으로 줄게 되고 나서는…. 전혀 예상을 안 한 것은 아니고…. 아니요, 솔직히 2시간 전에 수상자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믿기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동인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작품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어떤 점을 높이 샀다고 생각됩니까?

“그 소설이 정점에 가 있다기보다는 정점에 도달하려는 그 동력을 주목하신 것 같습니다. 다음 작품에 주목하시려는 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외용 겸사(謙辭) 말고 진짜 소감 없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더 노력하라고 주시는 상 같습니다. 소설 자체를 완성시키려는 제 욕망을 사 주신 것 같습니다. 제가 운도 좋고 상복도 있거든요. 그런데 상 받으면, 받으면 안 되는 상이 아닌가 생각돼요. 너무 빠른 게 아닌가…. 대단히 기쁘고, 저한테 중요한 전기가 될 것입니다.”

-2시간 전에 수상 소식을 듣고 누구와 기쁨을 나누었습니까?

“가족들한테요. 제 소설 속에도 아버지가 나오는데, 처음에 아버지 말씀이 4후보작 안에 들었으니 충분하다고 하셨어요. 이번에 수상을 말씀드리니 참 좋아하셨습니다. 지금 74세 되셨습니다.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제과점을 하셨는데, 지금은 은퇴하고 김천에 살고 계십니다. 제 처는 ‘좀 빠르지 않으냐’고 하데요. 너무 빨리 큰 상을 받지 않았느냐고요. 그런데 오늘은 ‘도도한 물결은 어쩔 수 없다’는 농담과 함께 소설가로서 남편을 인정해주는 분위기였습니다.”

-수상을 함께 기뻐할 문학적 동료들은 누구예요?

“같은 세대들이죠. 김경욱, 이응준, 한강, 천운영씨 등이요. 같이 자극도 주고 받으면서 친하게 지냅니다. 성장과정도 비슷하고, 관심사도 다르면서도 같고요.”

-이럴 때 떠오르는 선배 작가는 누굽니까?

“70년대 정점에 계셨던 분들이죠. 박완서, 이청준, 황석영, 이문열 같은 분들입니다. 단편도 빼어나시고, 장편도 너무들 잘 쓰시고요. 제 지향점이기도 합니다.”-이번 수상이 작가 김연수의 문학연보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습니까?

“첫 느낌은 이랬습니다. 산 정상에 올라가고 있는 중인데 돌아보니 꽤 많이 올라와 있어서 깜짝 놀랐다는 것입니다. 돌아서서 내려갈 수 없는 7부 능선 이상을 올라와 버린 것입니다. 너무 큰 상이어서 앞으로 곰곰 생각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구상 중이거나 진행 중인 작업이 있습니까?

“1930년대 항일투쟁을 소설로 쓰려 합니다. 그 파벌들의 내부적인 문제를 들여다 보면 오늘날 우리의 이념과 사랑, 그리고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그 원천의 줄기가 드러나리라 봅니다.”

-올해로 등단 10년째인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독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요?

“고맙습니다. 그런 게 있더라고요. 제 작품을 따라 읽으면서 제가 발전하거나 소설이 조금씩 좋아하는 과정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큰 위안을 받고 있습니다. 저도 계속해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제가 다른 사람과 소통하게 되고 제가 넓어지는 계기도 돼 좋습니다.”

-오늘 오후에 뭘 하겠습니까?

“어디 가서 술 마시고 있을 것입니다. 여기저기 전화해서요.”

-상금 5000만원은 어디에 쓰실래요?

“아내가 결정할 것입니다. 벽제에 분양받은 아파트 중도금부터 내고요, 남는 돈은 여러분들과 함께 쓰겠습니다.”

-‘여러분’이라뇨?

“안 그래도 지금 난리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