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안풍(安風)사건’(안기부자금 불법전용 의혹사건)과 관련, 자체 감찰조사를 벌인 결과 1996년 15대 총선 때 안기부 예산에서 돈이 빠져나간 흔적이 없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져, 안풍사건 자체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2일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국감에서 국정원측이 “2000년 10월에 1995·1996년 안기부 예산집행을 자체 감찰한 결과, 예산이 정상 집행됐다는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또 “국정원이 2001년 1월, 1000개가 넘었던 안기부 계좌에 대한 계좌추적을 해보니 역시 예산이 빠져나간 일은 없었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는 한나라당이 96년 총선 당시 안기부 예산 1197억원을 가져다 썼다는 검찰의 기소내용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2심 재판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홍 의원은 이를 근거로 “김대중 정권은 이 자금이 국민의 혈세인 안기부 예산이 아닌 줄 알면서 우리 당을 음해해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2일 홍 의원의 회견과 관련, “비공개 보고 내용이어서 확인할 수 없으나, 당시 안기부 사업집행에는 차질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 자금의 성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은 “돈의 출처는 확인해봤느냐고 물으니, 어디서 들어오고 어디로 나갔는지 알 수 없어 예산 총액만 확인했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또 고영구 국정원장은 이종찬·임동원·엄삼탁씨 등 전직 국정원 고위간부들의 법정 증언 등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홍 의원은 말했다.
이날 회견에서 홍 의원은 이 자금의 실체에 대해 “YS 대선잔금”이라고 한 자신의 발언을 재확인했고, 이를 전해 들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측은 “안기부 자금이 아님이 밝혀졌다면 정권의 야당탄압에 대해 투쟁해야지 왜 YS를 끌고 들어가 자중지란을 벌이느냐”고 강한 불쾌감을 밝혔다.
한편 당시 대검 중수부장으로 이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김대웅(金大雄) 전 광주고검장은 “안기부 계좌를 통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지원된 돈의 뿌리가 국정원 예산이라는 것은 1년 가까운 계좌추적을 통해 확인된 분명한 사실”이라며 “그 돈의 출발점이 국정원 등에서 발행한 국고수표라는 점이 그것을 뒷받침한다”고 반박했다. 수사에 참여했던 검찰 관계자는 “95년, 96년 당시 안기부의 불용예산은 제로(0)로 처리돼 있었다”면서 “지금 서류상으로 볼 때 별 이상이 없어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