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TV가 5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7시40분 청소년이 진행하고 출연하는 토론 프로그램 ‘청소년 원탁토론’을 방영한다. 갑론을박 열띤 토론을 조정할 사회자 2명을 포함해 출연자 전원이 고등학생일 뿐 아니라, 토론 주제를 정하는 자문단도 전체 7명 중 4명이 고등학생이다.
한마디로 ‘청소년을 위해, 청소년이 직접 만드는, 청소년 주제 토론 프로그램’이다. 정윤환 PD는 “방송장비 조작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아이들에게 맡긴다는 기분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첫 녹화가 진행된 서울 우면동 EBS 스튜디오는 서울·인천·구리·대전 등 전국에서 모인 고등학생 10명으로 떠들썩했다.
사회자는 김진(18·인천 선인고 2학년)군과 김미균(18·구리 인창고 2학년)양. EBS가 지난달 인터넷 게시판 광고와 공개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제작진은 “직업 방송인처럼 능수능란하게 말을 잘하는 학생보다, 자기 생각을 조리있게 말하고 남의 의견을 경청할 줄 아는 학생을 골랐다”고 했다.
사회자 두 명 모두 퀴즈 프로그램 등에 몇 차례 출연한 것이 방송 경력의 전부인 진짜 아마추어다. “인터뷰 하자”니까 앳된 얼굴에 “우와-”하는 흥분이 실렸다. “본인이 왜 뽑혔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김진군은 잠깐 생각하더니 이내 “상대방의 말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과 토론을 이끄는 테크닉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10대가 말하는 ‘토론을 이끄는 테크닉’은 뭘까? 김군은 “자기 의견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무작정 우기지 말고 남의 의견에서 일리가 있는 부분은 선선히 그렇다고 인정해야 상대방이 내 의견에 반박할 여지를 줄이면서 내 의견을 한 번 더 강조하는 이중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균양은 “요즘 10대는 자기가 관심있는 주제가 나오면 열심히 자기 의견을 표현하고, 자기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MC를 제외한 토론자 8명도 제작진이 여러 학교에 “특정 주제에 대해 조리있게 찬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학생을 성적과 상관없이 추천해달라”고 요청해 선발했다.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매회 새로운 토론자들을 뽑을 예정이다.
이날 녹화한 토론 주제는 ‘대학 평준화 해야 하나’ ‘예쁜 것이 능력이 되나’ 등 두 가지였다. 정 PD가 “스탠바이”를 외치자, 다들 잠깐 긴장으로 표정이 굳어지나 싶더니 이내 발랄하게 자기 의견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녹화에 앞서 정PD는 “시청률이 얼마가 나오든 신경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토론 과정을 죽 지켜보니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 김수혜기자 goodluc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