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안에서는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싸고 민심이 소란하다. 이는 지난 17년간 안면도, 덕적도와 그 밖의 여러 곳에서 겪었던 일의 반복이다. 핵폐기물을 처리하기가 이렇게 어려운데도 정부는 앞으로 2020년까지 17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더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우리는 우리 형편에 비추어 얼토당토않게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을 앞질렀다. GNP당 에너지 소비량은 OECD 국가 중 단연 최고다. 석유소비량이 세계 제6위이고 석유 수입은 미국과 일본, 그리고 바로 그 다음이 우리다. 그런데도 2020년이면 지금보다 에너지 소비가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을 하고 있으니,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로서 장래가 심히 걱정된다.
덴마크는 1970년대 초에 석유파동이 일어나자 진작 에너지 정책을 바꾸었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데 주력, 지난 30년간 큰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사용이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 2020년까지는 에너지의 사용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고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발전소를 더 지어서 에너지 공급을 늘리기보다 에너지 절약기술을 도입해 에너지 문제를 훨씬 더 싸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 시절 백악관을 친환경적으로 리모델링하자 에너지 사용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클린턴은 그후 미국 전역의 주요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구상을 만들었다.
현재 개발되어 있는 에너지 절약기술들을 동원하면 대개 발전소를 짓는 비용의 3분의 1 미만으로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건물의 단열, 냉난방, 조명, 전동기, 각종 산업공정 등 가정, 상업, 교통, 산업분야에서 이미 개발되어 있는 기술만 도입하더라도 전체 에너지 수요의 30% 정도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이렇게 에너지를 30% 절약하면 원자력 발전소는 앞으로 더 지을 필요가 없게 된다. 원자력 발전소 17기를 짓는 데는 51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에너지 효율개선에 드는 비용은 매년 5조원 정도여서 그 투자비는 에너지 절약으로 5년 안에 본전이 다 빠진다. 그러면 핵폐기물은 발전소 건설 예정 부지에서 관리하면 되고 더 이상 외딴 섬 주민들을 괴롭힐 필요도 없다.
우리는 승용차 위주의 교통체계로 인해 많은 에너지를 허비할 뿐만 아니라 교통 혼잡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민국 자동차는 연간 평균 2만7000km를 달리는 데 비해 일본 자동차는 1만km밖에 안 달린다. 앞으로 승용차 도로는 그만 놓고 주차비 올리고 대중교통 편리하게 만들면 여기서 또 상당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통 혼잡도 줄일 수 있다.
덴마크는 화석과 원자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재생에너지를 개발한 결과 재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의 12%를 담당하고 있지만, 우리는 겨우 0.1%밖에 안 된다. 에너지 안보 문제를 떠들지만 가장 확실한 에너지 안보는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는 석유와 원자력을 확보할 방안을 강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만드는 기술을 확보하는 데 있다. 기술이야말로 아무도 뺏어갈 수 없는 우리의 자원이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자고 하면 기업들 다 문 닫고 사람들은 빈둥거리고 놀라는 말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에너지를 많이 쓰기 위해서는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아도 된다. 몇몇 에너지 회사만 열심히 일하면 된다. 외자 빌려서 발전소 짓고 전기 팔아 회사 경영하면 된다. 그러나 에너지를 절약하자면 공무원들, 중소기업들, 국민들 모두가 다 열심히 일을 해야만 한다. 이것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도 살찌우는 길이다.
(김정욱·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