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안락사를 시도한 한 어머니로 인해 프랑스에서 안락사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논쟁의 계기가 된 인물은 3년 전의 교통사고로 사지가 마비되고, 시력과 언어 구사 능력까지 상실한 채 병상에 누워있는 뱅상 윔베르(22). 그는 지난해 11월 엄지손가락만으로 자판을 두들겨 쓴 편지를 자크 시라크 대통령 앞으로 보내 “내게 죽을 권리를 달라고 간청한다”며 “당신이 내게는 마지막 기회임을 알아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프랑스에서는 안락사가 불법이기 때문에 시라크는 윔베르의 어머니인 마리를 엘리제궁으로 초대, 점심 식사를 함께하면서 “아들에게 삶의 의지를 북돋워주라”며 안락사를 만류했다.

그러나 마리는 죽음을 원하는 윔베르의 간청을 이기지 못해 지난 24일 주사로 바르비투르산염을 아들에게 투여했다. 그날은 윔베르가 교통 사고를 당한 지 정확하게 3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윔베르가 쓴 책 ‘나는 죽을 권리를 요구한다’는 25일 출간됐다. 마리와 윔베르는 치밀하게 안락사 계획을 세웠던 것.

그러나 안락사 시도에도 불구하고 윔베르는 곧 사망하지 않은 채 뇌사 상태에 빠졌다. 마리는 체포됐지만 담당 검사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그녀를 25일 석방했다. 마리의 처지를 동정한 검찰은 당분간 그녀를 기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마리는 일간지 르 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매일 당신 자식이 ‘엄마, 아파서 더 이상 못 견디겠어요. 나를 도와주세요’라고 하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라며 “감옥에 가야 한다면, 가겠다”고 울부짖었다.

( 파리=박해현 특파원 hhpark@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