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시라,최불암(위쪽부터)

새까만 가루 군데군데 묻혀가며 산동네 연탄배달에 나선 신세대 그룹 GOD, 사회시설에 수용된 해맑은 미소의 아기를 돌보던 탤런트 채시라, 새벽부터 깨끗한 거리 만들기에 앞장선 환경미화원 최불암, 바다를 가르며 멸치잡이 대장정에 나선 안재욱….

연예인과 사회 저명인사들이 힘든 노동을 현장에서 체험하며 땀의 의미를 전해온 KBS 1TV의 ‘체험 삶의 현장’(일요일 오전 9시)이 내달 5일 500회 방송을 내보낸다. 1993년 10월 첫 방송을 시작한 지 꼭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체험 일꾼’으로 출동했던 각계 인사는 모두 1973명, ‘체험 일터’는 1483곳에 이르고, 499회까지 불우이웃을 위해 모은 ‘사랑의 모금액’은 1억5497만61원이다. 돈의 액수로 따지면 요즘 웬만한 대기업 수재의연금에도 못 미치지만, ‘체험 일꾼’ 각자가 구슬땀을 흘리며 받아온 품삯을 차곡차곡 모은 터라 그 의미는 자못 크다.

‘체험 삶의 현장’을 생각하면 조영남, 이경실이 떠오른다. 첫회부터 진행을 맡았던 이 명콤비는 왕종근·김미화(329~350회), 이계진·최은경(406~426회)에게 잠깐 바통을 넘긴 적도 있었지만 9년 넘는 시간을 함께하면서 이 프로그램의 역사를 함께 기록해왔다.

10년 동안 겪었던 ‘체험 진기록’들도 흥미롭다. 120㎏짜리 참나무를 어깨에 지고 참숯 만들기에 도전한 개그맨 김대희는 가장 기운 센 천하장사 일꾼으로 꼽혔고, 15㎏이 될까 말까 한 양파꾸러미를 들자마자 주저앉았던 ‘비실비실 일꾼’은 중국집에서 일했던 가수 이정현이었다.

10년간 장수한 이 프로그램에 많은 이들이 재미있고 의미 있다는 반응이었지만 비판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최근 이 프로그램이 힘겹게 사는 이웃에 대한 관심보다는 얄팍한 볼거리 위주로 흐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보냈다.

YMCA시청자시민운동본부는 “지난 6월 방송분에서는 미스코리아 3명이 몸에 달라붙는 짧은 반바지나 끈만 달린 상의를 입고 서울대공원에 일하러 나와 옷에 물이 튈 때마다 새옷으로 갈아입는 등 ‘볼거리’ 위주였다”고 지적했다.

제작진도 제작진대로 고민이 있다. “젊은 연예인들도 3D업종의 ‘체험 일꾼’을 꺼리는 터라 섭외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요즘 이 프로그램의 체험 대상이 치어리더, 강력반 형사 등으로 폭이 넓어진 것도 그같은 고민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500회에서는 그동안 출연했던 ‘체험 일꾼’들의 값진 결실을 거둬들이는 의미로 가수 서수남과 개그맨 이창명이 농촌의 추수현장 일꾼으로 나선다. 오수성 책임PD는 “일꾼들이 경기도 이천에서 직접 낫으로 벼를 베고 수확한 햅쌀로 ‘500회 축하떡’을 만든다”면서 “모두가 기쁨을 나누는 의미로 홀로 사는 노인 등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 사랑을 나눌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