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25일 서울고법·서울지법을 상대로 한 국회 법사위 감사에서 ‘안풍(安風) 사건’으로 불리는 ‘안기부 예산 불법전용 의혹사건’과 관련, 돈의 실체에 대해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선잔금”이라고 발언해 파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간 관계자들이 비공식적으로 ‘YS 대선자금설’을 거론해 왔으나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한나라당과 YS와의 관계, 향후 2심 재판 등에서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홍준표 “안기부자금은 92년 대선잔금”

홍 의원은 법사위 감사 도중 “이 사건의 본질은 1992년 대선 잔금이 안기부 계좌를 통해 들어간 것”이라며 “나사본 자금 130억원 중 70억 여원이 흘러 들어간 것은 재판부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앞으로 재판을 통해 국민의 혈세, 간첩 잡으라는 돈을 사용했다는 오명을 벗겨 달라”고 했다.

이 사건 변호인단인 한 율사출신 의원도 이날 “그 돈은 92년 YS의 대선잔금이 확실하다. 안기부 예산이라고 검찰이 말하는 1100여억원은 당시 ‘나사본’을 통해 관리하던 대선자금과 YS의 대선잔금이 섞여 형성된 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돈이 95년 지방선거와 96년 총선자금으로 지원된 것으로, 안기부 계좌는 자금세탁과 관리창구에 불과하다”고 했다.

따라서 YS나 핵심당사자들이 이를 법정 증언하거나, 법원이 이 계좌에 대한 조회(계좌추적)명령만 내리면 금방 자금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최병렬 대표가 24일 “돈의 출처와 성격에 대해 당 밖에 있는 5~6명은 진실을 알고 있다.

때가 되면 밝혀질 것”이라거나, 25일 국감 대책회의에서 “해당 안기부 계좌만 추적하면 어렵지 않게 자금의 성격은 밝혀질 것이다. 계좌추적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 법원, 이례적인 ‘재판절차에 문제’ 인정

홍 의원은 감사에서 “이종찬 전 안기부장, 임동원 전 국정원장도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 했다. 그런데도 법원이 이들을 증인 채택하지 않고 판결해 절차상 엉터리 재판을 했다”고 했다. 그는 “재판부는 ‘전직 국정원 직원이 재판에 출석하려면 국정원장 허락을 얻어야 한다’는 국정원 직원법 17조를 근거로 증인신청을 기각했으나 이 조항은 이미 헌재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사항”이라며 “재판부가 결정적 증인의 증언을 거부했고, 계좌추적도 하지 않은 것은 절차상 결정적 잘못”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는 “김 전 대통령 때 모아진 통치자금” 얘기도 나온다. 원희룡 의원은 ‘외부의 정치자금’이 안기부 국고 계좌를 통해 세탁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으며, 심규철 의원은 “이 사건은 기업 등에서 들어온 돈을, 방법은 잘못됐지만 안기부 계좌로 자금세탁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질의가 이어지자 김상기(金相基) 행정법원장은 이례적으로 “실체적인 것에 대한 판단을 제외하고, 절차적인 것에 대한 원 의원과 홍 의원의 지적은 충분히 공감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발표, “안풍재판이 법리에도 어긋난 무리한 재판임이 증명됐다. 이러고도 안풍 1심판결이 야당탄압을 위한 정치재판이 아니라고 부인할 수 있느냐”고 강도높게 법원을 비판했다.

홍준표 의원은 국감 후 “이 돈이 대선잔금에 해당하면 자금세탁에 불과해 금융실명법 위반사안이며, 정치자금이라해도 둘 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말했다.

◆ YS측 “일일이 대응안해…법정 증언은 어불성설”

YS측은 이날 홍 의원의 ‘대선잔금’ 주장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변인 격인 박종웅 의원은 “이런 저런 얘기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있느냐. 김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강삼재 전 의원을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지만 증인 출석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YS의 반응을 묻자, “김 전 대통령은 이 사건을 강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밝힌 데 대한 표적사정, 정치적 재판으로 보고 있다. 정치적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편 강삼재 의원은 이날 보좌관을 통해 의원직 사직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강 의원이 책임질 일이 아니므로 사직서 의결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