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월근

요즘 돌아가는 정치판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마치 조선시대의 사색당쟁이 되살아난 듯 하다. 지난 반세기 동안은 여당과 야당이 서로 멱살잡이를 하며 싸우더니, 오늘에 와서는 여당끼리 서로 머리를 낚아채며 청년 당원까지 동원하는 등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이러한 모습을 TV로 지켜보는 국민들은 그 어떤 무술 드라마 보다도 흥미진진하다.

바로 얼마전까지 벌어진 민주당내 신당파와 구당파간의 싸움이다. 신당파는 대통령을 당선시킨 당이지만 그 민주당 간판으로는 내년의 국회의원 총선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으니 개혁색깔의 새 당을 만들자는 것이고, 구당파는 어찌 대통령을 탄생시킨 당을 없애려 하고 이제와서 호남에 등을 돌리려는 것이냐며 대통령이 배후에서 조종하는 일이라고 반발하는 것이 싸움의 요지인데 결국은 갈라서고 말았다.

한편, 야당인 한나라당에서도 여당과의 대결이 아닌 야당 자신들의 노(老)·소(少) 대결로 시끄럽다. 당내 60세 이상은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목소리다. 이들은 어떻게 인위적이고 생물학적인 나이로 정치를 제한하느냐는 반격에 이제는 ‘5·6공 인사 용퇴론’으로 말을 바꾸고 있다.

1575년 선조 8년 동인(東人) 김효원의 벼슬자리를 놓고 반대한 서인(西人) 심의겸과의 대립에서 비롯된 당파싸움은 동인은 강경파 이발의 북인과 온건파 유성룡의 남인으로 갈라져 싸웠다. 서인은 노론(老論)의 송시열과 소론(少論)의 윤증파와 갈라져 싸웠던 역사를 우리도 배웠고, 지금의 학생들도 배우고 있다. 그 사색당쟁으로 민생은 도탄에 빠졌고, 결국 조선시대는 멸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금의 민주당은 남도와 북도로 갈라진 남인과 북인의 대결로, 한나라당은 노론과 소론의 대결로 비쳐진다. 정치판의 망국적인 사색당쟁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씁쓸하기만 하다.

이같이 어지러운 정치속에서 경제는 파업의 연속이고, 행정은 현직 군수가 뭇매를 맞아 병원에 입원하고, 사회는 카드빚과 생활고로 자살이 속출하고 있으며, 교육은 갈피를 못잡아 늘어나는 과외비 부담으로 해외이민 상품이 대박인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책임질 곳은 과연 어디란 말인가.

(장월근·67·시인·충남 금산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