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150원 수준으로 내려앉으며 3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주말 서방선진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특히 일본과 중국을 겨냥해 환율 조작에 나서지 말도록 경고한 불똥이 튄 것이다.
23일엔 환율 하락세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일부에서는 올 연말 환율이 110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던 수출의 버팀목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우리 경제가 올 상반기 중 2.7%라도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온 수출 덕분이다. 기업 설비투자와 개인 소비가 모두 지난해 수준에 머물거나 줄어든 반면 수출이 지난 8월 말까지 작년 대비 16.3% 증가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뒤를 받쳐준 것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우리 상품의 수출가격이 오르고, 그만큼 경쟁력은 떨어지게 된다. 환율이 1150원 밑으로 떨어지면 수출기업의 85%가 이익을 낼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계산이다. 환율이 1100원대로 떨어지면 수출총액도 5~10%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 경제는 성장의 엔진이 완전히 꺼지게 된다.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올해 3%대 성장도 불가능해진다. 환율 하락으로 수출이 줄고, 기업 수익이 나빠지면 이는 다시 투자·소비·고용을 악화시켜 내년에도 경기회복이 어렵게 될 것이다.
문제는 환율 하락사태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 들어 환율 방어를 위해 6조20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이 모양이 됐다. 더구나 ‘환율조작국’으로까지 지목받고 있는 처지여서 앞으로는 외환시장 개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제는 우리 내부에서 성장의 동력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를 향해 입이 아프도록 강조해왔던 대로 기업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한 우리는 이 수렁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