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홍콩의 정부와 공무원들을 보면 딱하다. 홍콩 정부가 최근 싱가포르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하자 즉각 준비했던 방역대책을 전면 가동했는데, 시민들은 연일 정부를 매섭게 질타한다. ‘발표 오보(誤報)가 잦다’ ‘정부와 병원 간에 손발이 안 맞는다’
‘정책홍보 제대로 하라’….
홍콩에는 사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방역 성공이다. 이미 9개 병원, 1290개 병상 규모의 격리병동을 확보했다. 싱가포르 환자가 사스 연구원으로 알려지자, 즉각 대학 연구실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국제기준에 미달한 홍콩대와 중문대 연구실을 폐쇄시켰다.
마스크·보호복 등 보호장비도 3개월치나 비축했다. 곧 ‘홍콩식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오픈한다. 공항·항만 내 출입국 보건검사도 물샐틈없고 골목골목, 심지어 수퍼마켓 어항까지 뒤져 기준 미달 업소 적발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우리라면 “이 정도 준비했는데 더 이상 어쩌란 말이냐”는 볼멘소리 한마디 뱉을 만한데 정부측은 조용하다.
홍콩에 지난 2일 초특급 태풍 두?(杜鵑·두견새·진달래의 뜻)이 들이닥쳤다. 초속 51m짜리(태풍 ‘매미’는 부산항에서 초속 42m였다) 두?은 ‘중심부 눈이 2개(雙風眼)’인 희귀종. 홍콩을 직접 강타하기로는 20년만에 처음인 괴물(?)이었다. 하지만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고, 부상자 10여명만 발생했다. 정부의 빈틈없는 사전 방재(防災) 대책의 공이었다. 대만·광둥성에서는 20여명의 사망자가 나왔지만 홍콩은 ‘사망 0’을 기록했다.
홍콩이 사스 피해를 재차 당할지, 방역에 성공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시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늘 준비하고, 사후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정부가 엄존(嚴存)한다는 점이다. 저렇게 시민을 챙겨주는 정부를 갖고 있는 홍콩인들이 솔직히 부럽다.
(이광회·홍콩 특파원 santaf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