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부고속철의 경남 천성산과 부산 금정산 터널구간 공사를 재개하기로 했다니 반가운 결정이다. 결국 원안(原案)대로 돌아올 것을 놓고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로 노선을 재검토한다며 허송세월한 6개월이 아까울 뿐이다.

경부고속철 사업의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은 한 해 2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건설교통부의 그간 설명이었다. 노선을 바꾸게 된다면 완공 시점이 당초 목표연도(2008년)보다 적어도 7년은 늦어진다고 볼 때, 국가적으로 15조원도 훨씬 넘는 손실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계산서가 나와 있는데도 정부는 ‘위원회’만 꾸려가며 결정을 늦춰 실무자들부터가 노심초사(勞心焦思) 해왔던 게 지금까지의 속사정이다.

뒤늦게라도 정부가 당초 계획대로 밀고 나가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고속철 구간에 인접한 사찰 시설들의 수행(修行) 환경이 영향을 받겠지만, 이것은 돈을 들여서라도 소음과 진동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공법을 도입해 해결할 일이다.

서울외곽순환도로의 북한산터널 공사는 좀더 여론수렴 기회를 갖겠다는 게 정부의 어제 설명이었다. 하지만 북한산터널의 경우도 작년엔 ‘노선 조사위원회’, 올해는 ‘노선 재검토위원회’가 구성돼 각각 몇 달씩 연구를 하고 의견을 모았던 사안이다. 기존 노선을 바꿀 경우 도로로서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엄청난 추가 사업비가 소요된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둘러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새만금과 방사능폐기물처리장 등 다른 중요한 국책사업들도 새 정부 들어 도무지 진전이 없어 국민들은 정부가 하는 일이 뭐냐고 불만이 턱 아래까지 차 올라 있다. 이해 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은 애당초 없다. 모두의 얘기를 듣고 나서는 손(損)보다 득(得)이 가장 큰 결론을 빨리 내리는게 정부의 역할이다. 누구에게도 욕을 먹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앞뒤만 재다 때를 놓치는 정부에게는 국민이 미래를 맡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