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된 아나스타샤 볼로츠코바

러시아 볼쇼이 극장의 주역 발레리나. 하지만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 그를 들어올릴 힘센 남자 파트너가 없다면? 정답은 ‘해고’다.

볼쇼이 극장이 9월 새 시즌을 개막하자마자 대표적인 프리마 돈나(주역발레리나) 아나스타샤 볼로츠코바 (27)를 해고했다. 주역 무용수의 기량이 떨어지면 승급을 조정하는 경우는 있어도 해고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해임 이유는 두 가지. 지난 시즌을 끝으로 그의 남자 파트너 이반첸코가 극장을 떠났다는 것과, 그의 체중이 일반 발레리나보다 많이 나가 이제는 그를 들어 올릴 만한 힘센(?) 남자 파트너가 없기 때문이다.

볼로츠코바는 평소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체중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극장측으로부터 받아왔다. 하지만 볼로츠코바는 자신은 170㎝에 49.5㎏이라며 결코 남자 파트너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몸매라고 항변해 왔다.

발레 전문가들도 “이번 해고의 사실상 이유는 몸무게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볼로츠코바의 개인주의적 성향과 튀는 행동을 못마땅해했던 극장측에서 몸무게를 핑계로 삼은 것이라는 얘기다. 단원들 사이에서 볼로츠코바에 대한 불만이 컸으며, 남자 단원들은 그와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을 기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주 ‘백조의 호수’ 주연으로 내정됐던 그가 상대 파트너였던 이반첸코를 대신할 파트너를 고르지 않은 채 공연장에 나타나 극장측은 화가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볼쇼이 극장은 당일 공연에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내년 1월부터 발레감독이 바뀌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발레리나 물갈이’가 이뤄졌다는 분석도 있다.

볼로츠코바는 지난 1994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바가노바 발레학교를 졸업한 뒤 스타덤에 올랐으며, 최근 수년 동안 볼쇼이 극장에서 활약해 왔다.

( 모스크바=정병선특파원 bsch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