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민석이는 지능이 뛰어난 아이다. 하지만 엄마를 안 떨어지려 하고, 자주 징징거리고, 자기 표현을 잘 안 하며, 어린이집에서도 자기가 놀던 장난감을 다른 애들이 만지지 못하게 하는 문제가 있어 센터를 찾아왔다.
문제는 민석이가 컨디션이 안 좋은지, 놀이에 몰두하지를 못하고 이것저것 집적거리기만 하더니 겨우 집에 갈 시간이 되어서야 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집에선 별일 없었단다. 오히려 친구네 집에 가서 하룻밤 자고 오는 일까지 있었다고 했다.
이번주에도 마찬가지다. 그냥 뭉개면서 놀이를 못한다. 그러다 30분쯤 지나니 민석이가 말했다. “답답해. 나갈래. 너~무 답답해.” 그래서 민석이와 함께 놀이치료실을 나서려는데, 일방경(밖에선 안을 들여다볼 수 있고, 안에선 거울처럼 보이는 특수유리) 앞에 엄마가 앉아 있는 게 아닌가.
통상 엄마가 일방경으로 아동의 놀이치료 장면을 관찰하는데 민석이네는 엄마가 직장을 다녀 민석이와 민석이 여동생을 따로 데리고 올 수가 없어 두 아이를 같은 시간대에 치료하느라 엄마가 치료실을 왔다갔다하면서 관찰하고 있었다. 민석이는 엄마가 동생한테 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마 얼굴이 보이자 표정이 환해지더니 곧바로 “나 집 지을래” 하며 도로 치료실로 들어갔다.
이후 치료실에서 민석이는 밝은 얼굴로 적극적으로 놀이에 몰두했다. 가끔씩 엄마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아이의 놀이는 가족이 차를 타고 놀이동산으로 소풍을 가는 내용이었다. 민석이가 얼마나 엄마품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화목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가정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를 보여준 가슴아픈 장면이었다.
민석이 자신도 엄마가 직장에 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자기는 어린이집에 가서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잘 알지만 마음속으로는 싫은 것이다. 그래서 어린이집에 가서는 잘 지내면서도 늘 마지못해 가거나 가끔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기도 한다.
아마 이날 민석이는 엄마를 늘 자기 곁에 두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을 뭉개는 행동으로 나타냈으리라 보인다. 상담한 지 몇 달이 지난 지금은 이런 행동이 다 없어졌다.
민석이 엄마는 상담실을 다니게 된 이후엔 퇴근 후 힘들어도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놀아주려 하고, 주말엔 여행도 가려 하는 등 아이들과 시간을 가지려고 애를 많이 썼다. 그러니까 엄마와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인 상황인데도 아이가 엄마와의 관계가 좋아지니 상담 초에 보였던 문제들이 해결되고 있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가 급격히 늘고 있는 현실에서 어린이집이라는 시설에만 아이를 맡기는 것으로 부모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퇴근 후의 시간을 아이와 ‘질적’으로 의미있게 쓰는 게 중요하다. 집안일보다는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엄마 아빠와 보내는 즐거운 시간을 통해 아이의 가슴속에 행복감을 깊이 심어주는 것이다.
(신철희 원광아동상담센터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