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이라크 바그다드의 한 미공군 기지에 도착한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폴 브레머 이라크 최고행정관과 만나 이라크 현지 상황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다.

일본도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 문제를 놓고 정책 혼선이 거듭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을 가능케 하는 ‘이라크 부흥지원 특별조치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1000명 규모의 육·해·공 자위대원을 파견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지난달 바그다드의 유엔 건물이 폭탄 테러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충격을 받은 일본 정부는 자위대 파견시기를 내년 초로 연기하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에 앞서 현지 치안상태를 평가하는 조사단을 11차례나 파견하면서 본대(本隊) 파견을 미룬 채, 14일 또 외무성과 방위청, 자위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했다. 일부 언론은 이를 미국의 자위대 파견 요청에 대한 ‘시간벌기 작전’이라고 표현했다.

앞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지난 10일 방위청에서 열린 자위대 고위간부회의에 참석해 “이라크 파견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라”고 지시했으나, 구체적인 파견시기에 대해선 “현지 조사단의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원칙적 입장만 재확인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11월 총선 이전에는 파견이 어렵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고이즈미 입장에서는 파병 반대 여론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11월로 예정한 총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자민당 내에는 “총선거 투표일에 이라크에 파견된 자위대원이 피습돼 사망했다는 소식이 날아올 경우 자민당 정권은 한순간에 끝장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한다.

오는 20일 있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 후보로 나선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전 정조회장은 “자위대 이라크 파견법은 애초부터 사용할 수 없는 법률”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이고, 후지오 다카오(藤井孝男) 후보도 “지금은 자위대를 파견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최근 일본 국내여론도 반대 여론이 우세한 편이고, 주요 신문들도 찬성 입장인 요미우리(讀賣), 산케이(産經)와, 반대 입장인 아사히(朝日), 마이니치(每日)로 양분돼 있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17일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일이 자위대 파견과 이라크 재건을 위한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무언의 압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경=정권현특파원 khj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