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건축한 아파트는 당장이라도 재건축이 가능하다.”(서울시의회)
“안 된다! 1981년 건축한 아파트는 2005년 이후에나 재건축이 가능하다.”(서울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재건축 가능 시기를 내용으로 하는 조례안(案)을 놓고 서울시가 서울시의회에 재의(再議)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시가 의회에 제출한 ‘재건축 조례안’을 시의회가 완화해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시는 15일, 시의회가 지난 4일 의결해 이송해 온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 조례’의 재의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재범(崔在範) 행정2부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의회 심의과정에서 지역 민원을 감안해 재건축 가능 시기 요건을 완화시키는 바람에,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에 서울시가 호응한다는 인상을 퇴색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시민단체나 언론에서도 비판 여론이 많다는 점을 들었다.
◆재건축 규제 완화해 수정한 서울시의회
당초 서울시가 제출한 조례안은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 신청 가능 연한(노후·불량 건축물 판정기준)을 짧게는 준공 후 20년, 길게는 40년 이후로 세분했다. 우선 1970년대에 준공된 아파트는 20년이 적용돼 현재도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80년대에 준공된 아파트는 건축연도에 따라 건축 이후 22~30년까지 차등을 뒀으며, 90년대 이후는 최소 연한을 40년으로 정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는 심의 과정에서 1980년대에 준공된 아파트의 경우 서울시 안보다 최대 6년까지 단축된 수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또 준공 후 20년이 적용되는 아파트의 범위를 79년 이전에서 82년 이전으로 3년을 늘렸다. <표 참조>
◆정부 정책과 엇박자인 수정조례
서울시의회가 조례를 수정해 통과시킴으로써 1982~89년에 준공된 아파트들이 큰 혜택을 보게 됐다. 특히 서울시의 당초 방안대로라면 2005년 이후에야 재건축이 가능했던 81~82년 준공단지(2만4000여가구)들은 당장 재건축이 가능해졌다. 더구나 이미 조합설립인가 등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단지는 해당되지 않지만, 재건축의 첫 단계인 안전진단을 받고 있는 단지도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으로 한풀 꺾였지만, 강동구 고덕주공 5~7단지(1983년 준공) 등 일부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로 거래 가격이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정부의 억제대책과 시민단체의 비판
그러나 서울시의회가 조례를 통과시켜 서울시에 이송한 5일 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에는 전체 건설가구의 60% 이상을 전용면적 85㎡(25.7평) 이하의 국민주택규모로 짓도록 하고, 재건축조합 인가가 난 뒤에는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상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정도의 강력한 조치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도 서울시의회의 조례안 수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조례안이 그대로 공표될 경우 서울시 전역에 재건축 바람을 불러오고, 결국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은 점차 멀어져 갈 것”이라고 비난했다.
◆서울시의회, 재의 요구 수용할 듯=서울시가 이날 재의 요구 방침을 밝히면서 공은 서울시의회로 다시 넘어갔다. 시의회가 기존에 수정해 의결한 조례를 서울시의 재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다시 원안 그대로 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따가운 여론의 부담을 안고 있어 서울시의 재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서울시는 시의회가 재개발 과정에서의 임대주택 건립 규모를 총 건립 가구수의 20% 이상에서 15%, 총 거주세입자 가구수의 40%에서 30%로 완화한 것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