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을 동반한 태풍 매미는 100여명의 사망자와 천문학적인 재산피해를 남기고 사라져갔다. 태풍 그 자체야 불가항력적인 자연현상이라 하더라도 단 하루 동안의 비와 바람으로 이렇게 큰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은 우리의 재난대처 시스템에 큰 맹점이 있다는 증거다. 무엇보다 정부당국이 닥쳐오는 태풍의 위력과 이에 대한 국민행동 지침을 적시에 알렸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것만이라도 제때에 이루어졌다면 피해의 상당 부분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부산항 부두시설과 항만에 정박한 선박도 큰 피해를 당했다. 또 조선소에 묶여있던 대형 시추설비가 밧줄이 끊어져 인도를 며칠 앞둔 다른 선박을 들이받은 사고까지 일어났다. 이런 피해들도 사전경고만으로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경남 마산시의 한 건물의 지하층에선 밀어닥친 해일로 10여명이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비록 마산에선 큰 해일이 발생한 적이 없었더라도 시 당국이 태풍의 위력을 감안해 해일의 위험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했더라면 이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해일이 자주 발생했던 부산에선 당국이 위험지대 주민을 미리 대피시켜 인명피해를 방지한 것에 대비해 보더라도 그렇다.
작년에 이어 다시 똑같은 태풍피해를 본 지역이 많은 것도 문제다. 같은 지역에서 1년 만에 다시 산사태가 나서 주택이 무너지는 피해가 발생했다면 원상회복을 목적으로 한 수해복구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피해 재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면 단순히 피해를 복구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선 취락지를 소개(疏開)하는 등 보다 근원적인 조치를 강구했어야 했다. 우리 국민들의 자연재해에 대한 경각심 부족도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다. 강풍을 동반한 태풍이 닥쳐온다는데 승용차를 몰고 태연하게 귀경길에 나서고, 저지대 아파트 주민들이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아 피해를 부른 것은 자연재해에 대한 경계심 해이라고밖에 설명할 방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