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한 유화파로 알려진 일본 외무성 간부의 자택 주차장에서 폭발물이 발견됐다.
범인이 폭발물 설치 사실을 미리 통보하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 사건을 놓고 우파 성향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가 "(북한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니) 폭탄을 설치당하는 게 당연"하다고 발언, 파문을 낳고 있다.
작년 9월 일·북 정상회담 성사의 주역으로, 외무성 내 북한통으로 유명한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심의관의 도쿄 자택 주차장에서 10일 오전 폭발물로 추정되는 스테인리스 병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에 앞서 ‘건국의용군’이라고 밝힌 정체불명의 남성이 밤 1시20분쯤 아사히(朝日)신문과 산케이(産經)신문 도쿄 본사에 전화를 걸어 “외무성 다나카 심의관의 집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 ‘건국의용군’이라는 단체는 최근 조총련 지방본부와 조총련계 신용조합 등에 여러 번 비슷하게 생긴 폭발물과 협박편지를 보냈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 정치인인 이시하라 지사는 10일 자민당 총재 경선에 나선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후보를 위한 가두 지원연설에서 “폭탄을 장치당해 당연한 얘기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미스터X’와 교섭한다고 하면서, 그쪽이 시키는 대로 다 한다”고 발언했다.
정부측은 크게 반발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그 발언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지적했으며, 멕시코를 방문 중인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은 “엄중항의한다”며 “특정 개인이 독자적으로 멋대로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시하라 지사는 자신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11일 가두연설에서는 “폭발물을 설치하는 것이 나쁜 일이라는 것은 당연하다”고 한발짝 물러났으나 “그(다나카 심의관)가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 당연한 경위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으며, 전날의 발언도 취소하지 않았다.
일본 언론들은 대체로 ‘북한이 싫다고 해도 테러를 합리화하는 것은 문제 아니냐’는 반응. 아사히 신문은 13일자 사설에서 “이시하라씨에게 말하고 싶다. 이것은 테러를 용인하고 조장하는 것이다”라며 “이시하라씨는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지만 민주주의의 틀을 벗어나는 사고방식까지 국민들이 지지해줄 것으로 생각한다면 착각”이라고 비난했다.
(동경=최흡특파원 po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