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비농산물·서비스 시장 개방 등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10일 멕시코 칸쿤에서 개막된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선진국과 개도국 간 첨예한 대립으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브라질·인도·중국 등 농산물 수출 개도국 22개국의 모임인 G22가 12일(현지시각)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지출하는 농산물 보조금을 전면 폐지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미국과 EU는 “먼저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동일한 관세 감축 방식을 도입하자”고 팽팽하게 맞섰다.

반면 한국·스위스 등 농산물 수입 9개국 모임인 G9은 관세를 특정 수준 이상으로 올릴 수 없게 하는 ‘관세 상한’ 방식과 낮은 관세를 물리는 농산품을 늘리자는 저율 관세쿼터(TRQ) 방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의 농업 시장 개방 수위는 13일 오전(현지시각)에 발표되는 WTO 농업협상그룹 의장 초안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농업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는 데 협상의 역점을 두고 있으나 호주·브라질 등이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결코 개도국이 될 수 없다”고 밝혀 개도국 지위 인정 여부는 매우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앞서 각료회의 첫날인 지난 10일 칸쿤 시내 중심가에서 WTO협상 반대시위를 벌이던 이경해(56) 전 한농련 회장이 자살했다.

한국농어민신문사 회장과 전북 도의원을 지낸 이씨는 한국에서 온 농민·시민단체 관계자 150여명이 칸쿤 시내에서 각국 NGO(비정부조직) 회원 1만여명과 연대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칼로 자신의 가슴을 찔러 자살했다.

회의장 주변은 WTO와 반(反)세계화 진영 간의 대결양상으로 치달아 12일 저녁엔 각국 농민단체 등 NGO 회원들이 도로를 점거, 드러누운 채 “WTO는 사라져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1시간여 동안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