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내각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축출키로 결정했다고 CNN 등이 11일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최근 발생한 테러를 들어 이같이 결정함에 따라 중동 평화 노력은 좌초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갈등이 심화될 위기에 처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긴급 안보내각 회의를 열고 지난9일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에서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저지른 두건의 자살 폭탄 테러의 책임을 물어 아라파트 수반을 축출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샤론 총리의 대변인은 회의 직후 “최근 발생한 사건들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화해 노력에 있어 아라파트가 장애물이라는 점이 입증됐다”며 “이스라엘은 이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당장 아라파트를 축출하는 것은 아니며 축출 시기와 방법은 추후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라파트 수반은 이에 대해 “누구도 나를 쫓아낼 수는 없다”면서 즉각 반발했다. 이스라엘 군에 의해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시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에 연금돼 있는 아라파트 수반은 이날 기자들에게 “그들이 나를 폭탄으로 죽일 수는 있지만 결코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스라엘의 결정에 즉각 반대 의사를 천명했고, 아랍국들과 이슬람 무장 단체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전면적 투쟁을 경고하고 나서 중동 전역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아라파트 수반의 축출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며 이스라엘의 결정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천명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아라파트의 축출은 그가 투쟁을 전개할 또 다른 무대를 제공할 것”이라며 “그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도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그의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 앞에는 수천명이 몰려와 아라파트 지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아라파트의 사진을 든 채 시위를 벌였으며, 가자시티 중심가에서도 5000여명의 주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복수" "샤론은 지옥에나 가라"는 구호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