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郡守가 주저앉아 린치당할 때
대통령과 行自部 장관은 어디 있었나

원전 수거물 시설 유치를 추진하던 김종규 전북 부안군수가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집단 폭행당해 중상을 입었다.

김 군수는 200여명에게 포위돼 폭행을 당하고 달아나다 다시 붙잡혔고 그의 차는 뒤집혀 불탔다. 갈비뼈가 부러지고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땅에 주저앉아 둘러싼 주민들로부터 모래와 오물을 뒤집어쓰면서 김 군수는 이 지역을 무정부 상태로 방기한 정부에 대해 무슨 생각을 했겠는가.

김 군수의 부안군은 원전수거물 시설 유치를 신청해 선정됐다. 김 군수는 국가 지원으로 고향 마을의 발전도 꿈꿨다. 그러나 주민 반발이 일자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았다. 행정자치부, 산업자원부 장관이 현지를 방문했다고, 위원회 만들고 지원 약속을 했다고 해서 이 정부가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중대한 국가 문제를 군수 한 사람이 떠맡고 있는 사이 부안에선 지난 두 달 가까이 거의 매일이다시피 시위가 벌어졌고 최근엔 고속도로 점거, 관공서 습격 등 과격 양상으로 치달았다. 자녀 등교 거부로 26개 초등학교 중 18곳이 휴교 중이며 나머지도 대부분 정상수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있는지 없는지 폭력을 선동하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버젓이 시위에 나타나 이를 주도하고 있다.

이런 무법 상황이 마침내 군수에 대한 집단 린치로 이어질 때까지 정부는 그동안 어디서 무얼 했다고 국민 앞에 설명할 것인가. 지금까지 정부는 대화와 타협을 내세웠다. 그러나 지금의 폭력, 치안 부재, 공권력 실종과 국가 대사(大事)의 오리무중은 결코 대화나 타협이 아니다.

김 군수가 린치를 당한 엊그제 노무현 대통령은 치안 담당인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을 데리고 부산에서 시도지사 회의를 열었다. 주요 장관, 청와대 비서진, 16개 시도지사가 모두 모인 그 자리에서 부안 사태와 같은 시급한 국가 현안들이 얼마나 논의됐는가.

노 대통령의 부산 행사가 항간의 추측처럼 내년 총선 부산 공략을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중대한 국책 사업 현장이 무정부 상태가 돼 있는데도 대통령이 치안 담당 장관을, 그것도 주한미군 훈련장에 대한 경비 소홀로 국회의 해임건의를 받은 장관을 데리고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 있는 행사를 연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느냐고 물을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김 장관을 최대한 키워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김 행자부 장관은 대통령의 이 공언을 등받이 삼아 자신의 출마 예상지인 경남을 찾아 여야를 “쓰레기”라고 부르는 등 정치 발언을 마음껏 쏟아냈다. 이게 이 정부식(式) 대통령의 장관 ‘키워주기’라 해도, 때와 장소를 잘못 골라도 너무 잘못 골랐다.

바로 그날 부안에서 집단 린치 사태가 터진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이렇게 정부의 역량이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쓰이지 않고 한눈 파는 듯한 곳에 쏠린 현상이 부른 필연이라고 봐야 옳다.

지금 부안뿐인가. 경부고속전철 일부 구간, 북한산 관통 도로 등도 느닷없이 중단된 채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시간만 가고 있다. 그 사이 이 나라, 이 국민의 손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이제 ‘이 나라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내년 총선을 어떻게 할 것인가’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고 시급한가에 대해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 이에 대해 국민에게 분명한 답변을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