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퇴임 강연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현 정부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던 서성(徐晟) 대법관이 9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16층 강당에서 퇴임식을 갖고 대법관 6년을 포함, 35년의 법관 생활을 마감했다.
전날 자신이 했던 강연 내용의 파문을 의식해서인지 다소 굳은 표정의 서 대법관은 후배 판사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임 식장에 입장했다.
서 대법관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려 했지만 이뤄 놓은 것 없이 떠나는 것 같아 아쉽다”는 말로 퇴임사를 시작했다. 이어 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법원이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 모두 개혁의 의지가 부족했는지 되돌아 보고 자성의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내 후임 문제와 관련해서 논쟁이 벌어졌던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최근의 대법관 제청 파문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 대목에서 서 대법관은 “대법관은 그만한 자격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중요하지 않고 서열을 파괴하는 인사라야 개혁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 대법관은 또 “모든 분야해서 개혁이 되어야 하지만 법과 질서는 유지돼야 한다”면서 현 정부를 완곡하고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변화를 겪고 있으나 변화를 옳은 길로 끌고 나갈 중심을 찾기 어렵다. 우리 법원이 그 중심에 서야 한다. 법원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덧붙였다. 단호한 어조였다.
퇴임사 말미에서 서 대법관은 “이제 천직이라 생각했던 법관을 그만두고 법조인 생활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다. 변호사는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세간에서는 변호사가 되는 것을 부도덕한 일로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국가와 국민에 봉사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0여분간 진행된 퇴임식을 마친 서 대법관은 대법원 1층 로비에 도열한 동료·후배들의 박수를 받으며 대법원 청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