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사람들의 장독을 양평군의 농가(農家)에 하나씩 들여놓는 겁니다. 시간이 되는 주말엔 도시인과 농민이 함께 콩도 기르고 메주도 쑤고 장(醬)도 담그는 거죠. 농산물을 사갈 수 있도록 하는 건 물론이고요.”

거창한 사업은 아니다. 내년에 양평 농민을 100~200여명쯤 모집해 집 뜰에 이미 있는 장독대에 독 하나씩을 더 들여놓으면 끝나는 것. 장독 하나는 도시인과 농민을 이어주는 끈이 될 것이다. 이런 구상을 하고 있는 양평군 문화정책연구관 김강윤(金剛允·45)씨의 생각은 거기서 한 발 더 나간다. ‘장독대축제’는 양평 주민들이 팔당물을 얼마나 힘들여 지키고 있는지 도시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창(窓)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의 근무지는 양평군청 문화공보과. 하지만 정식 공무원은 아니다. 그가 하는 일은 양평군의 문화·축제 기획과 수많은 공연기획. 김씨는 “문화예술은 지역발전을 이끌 수 있어야 하고,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한강 상수원 보호 운동 등을 외곽에서 벌이던 김씨는 4년전부터 계약직으로 군청으로 뛰어들며 전업작가 생활을 잠시 접었다.

양평군 8만 3000여명의 인구 중 미술인만도 300여명, 전업문인이 50여명이다. 양평이 이렇게 문화예술터가 되기까지는 지역주민의 역할이 컸다. 강원도로 가는 길목이라 서울에서 접근하기 좋고,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개발을 못해 땅값이 싸고, 환경이 좋다는 이유 때문에 문화예술인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환경을 지키느라 피해를 본 지역주민들은 문화예술을 즐기지도 못하고, 문화예술의 중심지에 사는 반사이익을 보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다.

김씨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 공연기획과 문화기획이다. 두 방면 다 ‘돈되고 도움되는 기획’을 하려 애쓴다. 지난해 10월부터 용문산 관광지에서 열었던 콘서트에는 다섯 프로그램에 1만 2000명이 다녀갔다. 동물원 콘서트, 극단 ‘미추’의 공연 ‘한여름밤의 꿈’, 코바나 라틴 콘서트 등 대중적인 공연으로 꾸몄기 때문이다. 김씨는 “공연티켓에 주변 식당의 할인티켓을 새기기도 하며 머물고 싶은 공연으로 꾸몄다”며 “묵어가는 공연관람객들은 1인당 4만원씩을 쓰고 돌아가는 걸로 조사돼 효자 관광상품인 셈”이라고 했다.

한 번 즐기고 마는 공연 뿐 아니라, 양평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몽양 여운형 선생 기념사업’ 등을 기획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최근엔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를 기억할 수 있는 ‘소나기 마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소나기’에 나오는 징검다리·원두막 등이 살아 있는 마을을 찾아내고 ‘황순원 초가(草家) 문학기념관’을 만들어 도시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것. 이 또한 상수원 보호구역인 양평이 대규모 관광지를 개발하기 어려운 사정에서 나온 궁여지책(窮餘之策). 하지만 재기발랄한 기획(企劃) 하나가 마을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처음부터 이런 문화기획이 순탄하지만은 않앗다. 지역주민을 위해 정상급 발레단을 초청했지만 관객동원에 실패해 12명이 지켜보는 공연을 했던 적도 있다. 지역주민들은 클래식 공연 등의 음악회를 그저 구경거리로 봤지 즐기지 않았기 때문. 그래서 행정에 뛰어든 문화예술인 김강윤씨의 생각도 지난 4년 동안 많이 바뀌었다.

“순수문화예술의 진흥은 문화관광부에서 할 일입니다. 지역자치단체에서 담당해야 할 일은 조금 다른 거죠. 자치단체가 없던 옛날에는 약(藥)장수라도 다녀가 하루 동안 모든 동네사람들이 함께 즐겼습니다. 이제는 지자체가 바로 그 약장수가 했던 일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