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안 보면 인생을 훨씬 충만하게 살 수 있다”고 평소 주장하던 사람도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 때만은 TV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마련이다. 올해 케이블의 ‘추석 특집’은 속이 꽤 알차게 든 종합선물세트다. 취향에 맞게 잘 골라 즐기고 나면, 명절이 끝날 때쯤 ‘하긴, TV도 없으면 무슨 재미로 명절을 보내겠어’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올해의 종합선물세트를 미리 풀어보자. 케이블 다큐 전문 Q채널이 13~14일 오후 1시 2부작 다큐 ‘사찰 음식으로 부처를 만나다’< 사진 >를 방영한다. 재방영 프로그램 위주인 케이블 추석 특집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추석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진짜 추석 특집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이 사찰음식 전문가 홍승 스님과 함께 작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의 산사(山寺)를 돌며 사계절의 풍광에 사찰음식의 향미를 버무려 넣었다. 녹차로 만든 사찰음식은 물론, 녹차 자장면·야채 피자 등 사찰음식 조리법을 응용한 퓨전 요리도 배울 수 있다.
케이블 패션 전문 동아TV는 11일과 12일 오후 5시40분 ‘한국인의 헤어스타일 변천사’를, 11일과 12일 낮 12시30분 ‘한국인의 패션 100년 변천사’를 방영한다. 삼국시대 벽화부터 20세기 초 구한말의 흑백사진을 거쳐 2003년 최신 유행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차림새에 대한 재미난 자료를 망라한 프로그램이다. 시트콤 ‘프렌즈’의 팬이라면 10~12일 오후 5시10분, 꼬마들이 만화영화 채널을 틀기 전에 미리 리모컨을 꽉 쥐고 계시길. 브루스 윌리스, 수잔 서랜든, 브래드 피트가 깜짝 출연했던 대목이 재방송된다.
한편 케이블 영화채널 CNTV는 추석 특집으로 쉽게 보기 힘든 뮤지컬 영화의 고전을 줄줄이 튼다. 10~14일까지 닷새 동안 매일 오후 4시 카트린 드뇌브가 주연한 ‘셸부르의 우산’(64년작), 아서 루빈 감독이 만든 ‘오페라의 유령’(43년작), 진 켈리가 주연한 전설적인 뮤지컬 영화 ‘파리의 아메리카인’(51년작), 40년대 할리우드 영화의 톱스타 준 앨리슨이 주연한 ‘굿뉴스’(47년작) ,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카고’를 안무해 스타가 된 보브 포시 감독의 ‘파자마 게임’(57년작)을 차례로 볼 수 있다. 한편 매일 밤 1시에는 추석 때마다 늘 방영되는 성룡 영화를 내보낸다. ‘소권괴초’ ‘신정무문’ ‘정권’ ‘용등호약’ ‘소림사학비권’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