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교사들과 ‘장자 삼매경’에 푹 빠진 중앙대 철학과 유권종 교수. 그는 “요즘 사회가 도덕적으로 타락한 원인은 잘못된 교육 방법에 있다”며 옛 유학자들의 수양론에서 해답을 찾았다.

"옛 유학자들 수양론에 새삼 머리 숙여져"
한문교사들과 고전강독 7년… 요즘은 莊子 삼매경

중앙대 철학과 유권종 교수

4평 남짓한 연구실에 고서(古書) 내음이 그윽하다. 퇴계전서·다산문집·주자서절요·명남루전집…. 중앙대 철학과 유권종 (劉權鍾·45) 교수의 연구실이다. 동양철학 하면 얼핏 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유 교수는 자신의 전공과 관련해 액티브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 교수는 강의실과 연구실에만 파묻혀 지내는 것이 아니라 한문교사들에게 자신의 집을 ‘학당’으로 개방하고 있다. 시작은 한문교사인 아내 이영미(李英美·45)씨가 “제대로 강의 한 번 해달라”고 해 시작했지만 벌써 7년째 거르지 않고 있다.

매주 화요일 저녁이면 가락동 유 교수 집에 이씨의 동료 교사와 대학원생 등 7~8명의 ‘나이든 제자’들이 모여든다. 제자들이 고전을 읽고 풀이하면 유 교수가 첨언하는 식이다. 그는 “전통차를 마시면서 서로 토론하다 보면 2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1년 반 만에 논어(論語)를 떼고 3년 걸려 두터운 소학집주증해를 독파했다. 지난해부터는 장자(莊子) 읽기에 매료됐다.

유 교수는 “처음엔 원문만 읽기로 했는데 요즘은 주석까지 꼼꼼히 들춰본다”며 “진도는 1주일에 2~3쪽 정도밖에 나가지 못하지만 학구열은 뜨겁기만 하다”고 밝혔다.

고전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그는 지난 96년에는 중앙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동양철학의 첫 걸음’이라는 강독모임도 만들었다. 학과에 관계없이 고전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별도 시간을 내서 과외를 시킨 것이었다. 그가 매주 한문교사나 대학원생들에게 고전을 가르치는 것도 이들이 고전 전파에 일익을 담당해 주리라는 기대감에서다.

유 교수가 고전 알리기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현 세태에 대한 그의 진단 때문이다. 그는 “요즘 사회가 도덕적으로 타락한 원인은 잘못된 교육 방법에 있다”면서 해답을 옛 유학자들의 수양론에서 찾았다.

“서구의 교육방법은 사람의 이성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요. 하지만 도덕적 행위를 실천하는 것이 이성적 사고만으로는 되지 않거든요. 배움은 많지만 그것을 몸으로 소화하고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옳은 것을 실천하는 힘이죠.”

동양철학을 평생의 업(業)으로 삼기까지는 부친의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진로를 놓고 고민하던 그에게 부친이 “학자가 되려면 ‘근본적인 학문’을 연구하라”고 했던 것이다. “전공으로 동양철학을 택했지만 당시는 동양철학 하면 ‘관상이나 좀 봐 달라’고 할 때였어요.”

다산(茶山)의 예학에 대한 연구로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유 교수는 옛 유학자들의 가르침을 시대 흐름에 맞게 전달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쏟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플래시 무비를 통해 젊은 세대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학 연구방법을 찾는 것이다.

“웹 서핑을 하다 재미난 플래시 무비를 많이 접했습니다. 이거다 싶었죠. 옛 유학자들도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확실히 문자로 익히는 것보다 간략하고 쉽게 이해가 됩니다.”

3년 전부터는 마라톤을 시작했고 지난해부터 풀코스를 완주할 정도가 됐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터키와 실크로드를 다녀왔다. 감각의 한쪽을 젊은 데 두면서 경험의 폭을 최대한 넓히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얼마 전부터 ‘심성모델 시나리오’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단(四端)과 칠정(七情)이 의(意)를 통해 행위로 구현되고 이것이 환경과의 교감을 통해 다시 투영되는 과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예절연구를 해보니 효과가 좋았어요.”

유 교수는 “몸과 마음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라며 “도덕적 활동능력을 먼저 가르친 후 세상 이치를 가르치는 옛 선인들의 지혜가 새삼 생각나는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