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교포사회가 최근 미국 연방검찰에 적발된 한국인 대규모 불법이민 알선사건으로 술렁거리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사 대상이 확대되면서 불법·편법으로 이민 온 사람들과 여기에 관여한 한인업소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지의 이상열 변호사는 이민 관련 서류를 위조해 영주권 획득에 필요한 노동허가서를 발급받은 뒤 한국인 58명에게 건당 1만~5만달러씩 판매한 혐의로 파트너인 조던 베이커 변호사와 함께 지난달 28일 체포됐다. 연방검찰은 지난 99년 6월부터 이씨의 법률회사(Lee&Baker)가 취급해온 노동허가신청서와 취업이민신청서를 집중조사한 결과, 이씨가 다룬 이민업무 150여건 가운데 60건에 대한 조사에서 58건이 허위임을 밝혀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절반에도 못 미치는 60건에 대한 수사만 했다는 점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한인업소가 추가로 적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이 변호사를 통해 취업이민 온 교포들도 좌불안석이다. 추방당할 우려 때문이다. FBI와 검찰은 예전에도 “불법으로 영주권 수속을 밟고 있거나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들의 신원이 밝혀질 경우 추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더구나 베이커 변호사가 다른 주에서도 이민 사기 행각을 벌인 정황이 드러나면서 수사가 더욱 확대되고 있어, 이씨에게 영주권 신청을 의뢰한 한인 연루자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변호사는 몇몇 한인업소와 짜고, ‘미국 내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특정인’이 이 업소에 취업하기를 원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당국에 제출한 뒤, 취업비자가 발급되면 이 특정인이 실제로 이 업소에서 일하지 않는 데도 월급을 받는 것처럼 관련 서류를 허위작성했다고 수사당국은 밝혔다.
이 변호사는 처음부터 이런 대체이민을 목적으로 가공의 인물 또는 취업 의사가 없는 사람의 명의를 빌려 노동허가서를 따낸 후 이를 ‘딱지’처럼 건당 1만~5만달러씩 받았고, 함께 구속된 T한국식당 주인 K씨는 이 변호사로부터 업소 명의를 빌려주는 대가로 건당 5000달러 정도씩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7건의 불법 노동허가 신청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이씨와 함께 체포된 업주는 K씨뿐이지만, 이름을 빌려준 혐의를 받고 있는 업소는 일식당 한 곳과 건축업체 2곳, 자동차업체 한 곳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버지니아 해리슨버그 소재 닭공장도 이 변호사를 통해 9건의 노동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연방검찰은 이 변호사가 그동안 조던 베이커 변호사와 함께 100만달러가 넘는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고, 혐의가 모두 인정되면 이 변호사는 최고 징역 10년에 25만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질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