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현대와 LG의 잠실 경기. 뉴욕 양키스 스카우트가 지켜보던 이 경기에서 현대 심정수는 배탈로 설사를 하는 나쁜 컨디션에도 불구하고 40호 홈런을 쳤다. 하지만 팀은 2대4로 졌고, 경기 후 심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사양한 채 “열심히 하겠다”는 의례적인 말만 하고 서둘러 경기장을 떠났다. 당시 그는 팀의 패배가 마치 자신의 탓인 양 얼굴이 붉게 상기돼 있었다.

5일부터 수원 3연전에 돌입한 이승엽과 심정수의 홈런 대결은 치열한 두 팀간 경쟁과 함께 불붙을 전망이다.<a href=http://db.chosun.com/man/>[조선일보 인물 DB]<

8월 21일 인천 문학구장서 벌어진 삼성―SK전. 경기 전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며 하소연하던 삼성 이승엽도 이날 45호 홈런을 때렸다. 그러나 이승엽도 팀의 1대3 패배로 홈런의 빛이 바랬고, 특히 9회초 마지막 공격 기회에서 삼진으로 물러나 더욱 아쉬움이 컸다. 경기가 끝난 직후 그 역시 화가 많이 난 얼굴로 “팀이 져서 홈런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지난 5월 17일 대구 SK전에서는 통산 299호 홈런을 치고도 팀이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했다며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거절,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승엽과 심정수의 홈런 레이스는 닮은꼴이다. 팀 승리를 위해 홈런을 때린다. 4일 현재 이승엽이 홈런을 때린 날 삼성의 승률은 27승12패로 6할9푼2리. 심정수의 승률은 더 높다. 29승9패로 무려 7할6푼3리나 된다. 두 거포의 홈런이 팀을 승리로 이끄는 영양가 만점의 홈런이기도 했지만, 거꾸로 팀이 이기는 날 홈런이 많이 터져 나온다는 말로 된다. 그만큼 팀 승리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두 선수다. 이승엽이 4일 모처럼 2개의 홈런을 때린 것도 팀 승리를 위해 강한 집중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날 두 개의 몸 맞는 볼로 컨디션이 엉망이었지만 팀이 4연패를 당하며 2위 자리마저 위협 받자 자신도 모르는 투지가 샘솟은 것이다.

4일 현재 1위 현대와 2위 삼성의 승차는 6승. 남은 경기(현대 19게임, 삼성 24게임)를 감안할 때 작지 않은 격차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겠다는 목표는 두 팀이 모두 똑같다. 5일부터 수원 3연전에 돌입한 이승엽과 심정수의 홈런 대결은 치열한 두 팀간 경쟁과 함께 불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