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내 다국적 평화유지군에 대한 유엔의 통제력과 이라크 새 정부 건설 과정에서 유엔의 정치적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추진키로 결정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2일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빠르면 3일 또는 수일 내에 안보리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콜린 파월(Powell) 국무장관을 만나, 전후 이라크 재건 과정에서 유엔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에 서명했으며, 이는 미국의 이라크 전후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고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미국의 이 같은 정책 변화는 이라크 전후 처리 과정이 미군들의 지속적인 살상 등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파병과 경제 지원을 촉진시키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풀이된다. 터키·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은 그동안 이라크에 대한 파병 의사를 밝혔으나, 미국의 이라크 점령을 국제적으로 합법화하는 유엔의 결의안이 없는 상황에서의 파병을 주저해왔다.
이와 관련, 미국이 이라크와 주변국에 배치된 18만명의 주둔군 규모를 대폭 증강하지 않는 한 이라크 내 치안 활동과 전후 복구사업 등을 위해 앞으로 장기간 주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3일 공개된 보고서에서 경고했다.
부시 행정부 내에서는 현재 유엔 안보리에 제출할 결의안 초안이 회람되고 있으며, 결의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안보리 이사국들과의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미국은 다국적 평화유지군에 대한 미군의 지휘권을 유지하기를 원하며, 코피 아난(Annan)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미군의 지휘를 받는 유엔 평화유지군 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그러나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안보리 이사국들은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점령을 승인하는 어떤 조치에도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어, 이 같은 결의안이 통과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편 백악관 국가안보팀은 향후 18개월에서 2년 내에 이라크 주둔 미군을 대부분 철수하고 다국적군이 코소보 주둔 평화유지군과 유사한 성격을 띠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뉴욕 타임스가 2일 부시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를 인용, 보도했다.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