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인 이(李)모 사업가는 최근 중국의 개혁·개방 1호이자 시험대인 광둥(廣東)성 선전(深 )경제특구의 기린(麒麟)산장을 찾았다. 이유는 현지 공무원과의 사업 인허가 협의. 선전시 난산(南山)구 시리(西麗) 호수변에 위치한 이 산장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겸 현 중앙군사위 주석, 주룽지(朱鎔基) 전 국무원 총리 등 역대 지도부들이 광둥성 순시 때 묵었던 간부전용 호텔. 지난 7월 1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홍콩 방문 후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평시에는 광둥성 내 공산당 지도부나 고위관료들이 대인 접촉과 행사를 위해 단골로 이용한다.

사업가 이씨는 기린산장 입구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산장 정문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한 청년이 슬며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가짜 대학졸업장 필요하시면 450위안(6만7000원)만 내세요”라고 권유했다. 이 청년은 또 “칭화(淸華)대, 베이징(北京)대 모두 있고, 학과는 말만 하세요. 모든 학과를 다 해줄 수 있어요”라고 첨언했다. 일반 세일즈맨 같은 진지한 태도를 보이며 그 청년은 “대학 컴퓨터의 인터넷 졸업생 정보를 근거로 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안전장치까지 확인해줬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졸업장에 공산당원이라는 증명까지 해줄 수 있으며 할인도 가능하다”는 말까지 했다.

이씨 얘기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홍콩 기업들 사이에선 즉시 회사 내 본토 중국인 직원들에 대한 학력조회 바람이 불고 있다. 공산당, 성 정부 고위간부들이 상시 출입하는 곳의 정문 앞에서 겁(?)도 없이 가짜 졸업장을 권유할 정도니, 중국 내 위조졸업장이 얼마나 많겠느냐는 추측 때문이다. 실제 선전시 조직부가 최근 4만4000여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학력조회를 한 결과 800여명이 가짜졸업장으로 공무원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중 일부는 옷을 벗어야 했다. 홍콩경제일보는 “중국 본토 증명서 위조단들은 최첨단 인쇄공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감쪽같이 만들어낸다”고 전했다.

(홍콩=이광회특파원 santaf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