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金斗官) 행자부장관은 3일, 당초 해임안 통과 직후인 오후 3시40분 기자회견을 가지려다 “입장정리가 되지 않았다”며 오후 5시로 연기했다. 이때 행자부 주변에선 “김 장관이 사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해임안이 통과되면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던 해임안 처리 이전 분위기와 달라진 것이었다.
오후 5시. YTN 등이 생중계한 가운데 김 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A4용지 1장짜리 ‘해임건의안에 대한 입장’을 낭독했다.
김 장관은 우선 “한나라당은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정권 중간평가’를 한다면서 해임건의안 처리를 강행했다”며 “하지만 이유도 명분도 약하고 국민들이 동의하지도 않는 이번 해임건의안은 다수당의 횡포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신성한 주권을 가진 국민이 선택한 합법적인 정부를 흔들어 보겠다는 구태정치”라면서 국회의 결정에 정면 도전하는 자세를 보였다.
김 장관은 또 “이것은 민의를 왜곡하고 대의민주주의를 남용하는 것이며, 무엇보다 먼저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선 경찰이 책임져야 할 일을 갖고 장관의 해임을 건의한다면, 이렇게 사사건건 국정발목잡기를 계속한다면 어느 장관이 소신껏 일할 수 있겠느냐”면서 “야당은 진정 국민이 원하는 것이 장관의 해임건의인지, 낡은 정치의 청산인지 한번 생각해 보라”고 야당측을 공격했다.
거취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사퇴하면 다수당의 횡포에 굴복하는 것이 되고, 사퇴하지 않으면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으로 비칠까봐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금명간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국무총리, 그리고 국민의 뜻을 존중하며 결정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가결될 것으로 예상은 했으나 정작 한나라당의 이탈표가 거의 없이 가결되자 허탈한 모습이었다.
청와대는 일단 해임안 수용 거부 쪽에 무게를 실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뒤 여전히 “(해임안 처리)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고, 문희상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 등은 “제2, 제3의 사례가 나오면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관점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거부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원내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엄청난 반발과 이에 따른 정국 대치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 내에서는 며칠 숙고하는 모습을 보인 뒤 건의안을 수용하되 상당한 강도로 해임안 표결의 부당성을 노 대통령이 직접 지적하는 방법도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나라당이 ‘다수의 힘’으로 부당한 해임안을 밀어붙였다”는 여론이 확산되길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