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목 디스크 환자가 교통사고로 결국 수술을 받았을 때 보상은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을까? 레이저로 종양을 없앴는데 ‘칼로 피부를 절단해 피가 나와야 수술’이라는 약관 때문에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면? 뇌졸중 보험에 가입할 때 ‘혈압이 높다’고 얘기했는데, 실적에 급급해 무시하고 받아준 설계사 때문에 생긴 피해는?
‘몰라서 속고 알아도 당한다’고 푸념할 정도로 복잡하고 까다로운 보험. 보험소비자연맹(보소연·www.kicf.org)은 이런 피해를 막고 줄이기 위해 생긴 국내 첫 금융 소비자 전문 NGO이다. ‘시민의 힘으로 권리 찾는 보험지킴이’가 슬로건. 지난 2000년 12월 출범해 서울·부산·광주 등에 사무실을 두었지만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조연행(趙連行·43) 사무국장을 비롯한 상근자 5명은 모두 보험업계 경력자들. 손해보험 전문가에서 생보협회 전(前) 이사까지 이력이 다양하다. 조 국장은 교보생명에서 여러 히트 상품을 개발했고, 기네스북에 최다 판매 실적 기록이 오르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이 안정된 직장을 접고 ‘최저임금’을 감수하며 뭉친 이유는 평소 ‘이게 아닌데…’라며 쌓인 문제의식 때문. 조 국장은 “보험시장을 보험사 위주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고, 보험 관련 최고의 민간 싱크탱크도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보소연에는 상근자 말고도 업계 실무자 20여명이 자원봉사자로 상담에 나서고 있다. 민영·사회보험을 합쳐 하루 10건 이상 약관이나 절차에 관한 질문과 민원을 처리한다. 또 보험에 밝은 교수·변호사 10명이 참여하는 연구소도 만들어 ‘생명보험료 인상 반대운동’과 같은 캠페인을 벌이고 정책 대안을 내고 있다.
회원은 1500여명. 대부분 30·40대 보험 가입자이고, 절반은 회비(연 2만원)를 내는 정회원이다. 이들이 홈페이지에 의문이나 피해를 올리면 즉시 판례와 전문가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얼마 전 보소연은 좀더 정확한 민원 해결과 정책 제시를 위해 재경부에 사단법인 등록을 신청했지만 재정 계획 등이 문제돼 반려됐다. 보소연이 신랄하게 업계 관행을 꼬집고 나서니 보험사들이 저지 로비를 벌인 탓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일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