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의 ‘노련미’
(1~215)=흑의 완승보. 원성진은 초반 좌변에서 발생한 패로 얻은 두터움을 끝까지 밀고나가 후련한 KO승을 이끌어냈다. 반대로 레드먼드는 타협 찬스에서 번번이 버티다 젊은 상대에게 흠씬 얻어맞곤 타월을 던졌다. 한 예로 백 20이 지나친 실리 취향. 참고도 처럼 1로 육박해 9까지 유연하게 두어가는 정도로 전혀 나쁠 게 없었다.
이후 26, 30, 38도 지나친 강경책. 그러나 정작 반발이 필요한 102, 128 등의 대목에선 오히려 싱겁게 물러났다. 이틀 전 일본의 강호 왕밍완(王銘琬)을 꺾던 레드먼드의 강인한 모습은 이날 찾아볼 수 없었다. 국지전에선 제법 강하지만 균형 감각과 판단력에서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아직 서양인들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원성진은 바둑 내용만 보면 18세 소년답지 않다. 강온을 적당히 조절하면서, 시간 또한 백전 노장이 무색한 효율적 배분으로 끝까지 장애물을 넘었다. 이로써 8강. 지난 해 4강까지 질풍처럼 몰아치던 기세가 재현될 조짐이다. 올해 LG배에서 그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39 45 51…25, 42 48…36, 215수 끝 흑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 59분, 흑 2시간 5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