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원회가 대검찰청 등 검찰과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 사법기관에 대한 올 국정감사를 해당기관 청사가 아닌 국회에서 실시키로 한 데는 “어떤 복선(伏線)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정감사를 받기 위해 국회의사당에 나와 본 적이 없는 검찰총장을 불러냄으로써, 논란이 돼 온 ‘검찰총장 국회 출석’을 관철시키려는 포석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공식적으로 “국회의 결정을 따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검의 국민수 공보관은 “피감 기관으로서 가타부타 이야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검의 모 간부는 “국감이 시작된 이래 기관 청사에서 국감을 받는 게 관례가 됐고, 이 역시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굳이 국회로 불러냈다는 것은 최근 국회에서 이야기됐던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 움직임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대법원 손지호 공보관은 “국회에서 국감의 방식을 결정하면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입법 행정부와 함께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수장이 직접 국회로 나가 국감을 받는 것이 타당한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국감 장소를 놓고 이렇게 민감한 반응이 나오는 것은 거기에 ‘정치적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총장 국회 출석’은 야당이 연례 행사처럼 요구하고, 여당은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해온 정치권의 해묵은 쟁점이다. 그러나 최근 정대철(鄭大哲) 민주당 대표를 비롯, 여권 관계자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여당측마저 ‘검찰총장 국회출석’의 제도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검찰총장 국회출석’이 쟁점이 될 때마다 야당 관계자들은 “매년 국감 때마다 검찰총장이 감사를 받아왔는데 국회에 못 올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따졌고, 검찰측은 “국감은 1년에 한 번 있는 예외”라며 맞서왔다. 그런데 이번 국감 장소를 ‘청사’에서 ‘국회’로 옮김으로써 “검찰총장이 국회로 나왔다”는 전례를 남기게 된 셈이다.
한나라당 김용균(金容鈞), 민주당 함승희(咸承熙) 등 양당 법사위 간사들은 지난달 29일 ‘국감 국회 실시’에 합의했다. 두 사람 모두 “공무원에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장소 변경 이유를 밝히며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함 간사는 “대법원 수장도 국회에 오는 마당에, 검찰총장이 뭐 대단하다고 야단들이냐”며 ‘검찰 길들이기’ 의도가 없지 않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