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29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처음으로 밝혀진 미국의 북핵해결 로드맵은 북한 핵폐기의 진전 정도에 따라, 인도적 식량지원 확대 국제사회의 대북경제지원 걸림돌인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북한 삭제 에너지 제공 등 대북 ‘인센티브’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북핵 폐기에 따른 대가는 없다’는 그간의 입장을 어느 정도 완화한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아직 미국이 공개적으로 이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6자회담에서 북측에 제시한 미국의 로드맵은 실제로 북핵 폐기에 대한 ‘대가’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은 그간 북한에서 핵무기를 완전 폐기해야 북한의 안보우려 해소 등 관계 정상화를 목표로 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했을 뿐, 구체적인 북핵 해결을 위한 로드맵을 내놓지 않았었다. 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정상적인 국가로 바뀔 때까지 대화도 없고, 거래도 없다는 기본 입장 때문이었다.

미국측은 또 북한의 불가침협정 체결 요구는 ‘관례가 아니다’며 거절했지만, 북한이 우려하는 안보 우려에 대해선 관심을 보였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의 안보 우려에 대한 문서 보장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앞으로 협의해 나갈 수 있으며, 서로 협의해 궁극적으로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쪽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전협정의 평화체제로 대체하는 문제는 북한이 지난 1994년 정전협정 무력화를 시도한 이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것으로 미국측은 북한의 안보 우려를 궁극적으로 평화체제 구축으로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측의 이 방안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이 28일 ‘핵보유 선언과 핵실험 실시 고려’를 밝혔다는 점에서 미국측 안에 대해 썩 마음에 들어하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의 핵문제 해결에 대한 기본 인식이 북한과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의 적대정책으로 인해 핵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 정책을 바꾸는 게 핵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단계별 북핵 폐기와 미·북 불가침 협정과 수교 등 미·북 관계정상화와 경제지원 등을 동시에 이행하자는 제안을 지난 4월 3자회담에 이어 이번 회담에서도 제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