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빙하가 녹으면 생태계가 파괴될까` 지구온난화로 극 지방의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수온 상승으로 이어져 각종 기상재해와 자연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환경론자들은 경고한다. 사진은 남극의 거대한 빙하군.

(회의적 환경주의자/ 비외른 롬보르 지음/ 에코리브르)

1067쪽에 달하는 묵직한 번역본 '회의적 환경주의자'는 '상황은 개선되고 있다'는 제1장 제1부의 제목을 갖고 출발한다. 그리고 본문의 맨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난다. "아름다운 세상이 아닌가!"

지구환경은 줄곧 좋아지고 있다. 종말이 닥쳐온 듯 외쳐대는 환경론자들의 주장은 근거 없는 헛소리일 뿐이다. 우리가 환경에 그토록 신경을 쓰는 이유는 오로지 먹고 살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먹을 것이 없을 때는 문제가 단 하나(먹고사는 일)뿐이었는데, 먹을 것이 남아돌자 세상만사가 다 문젯거리가 돼버렸다(No food, one problem. Much food, many problem)”고 저자 롬보르는 말하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수명은 2배 늘었고, 키가 더 커졌으며, 병으로 고통받는 일도 줄었고, 먹을 것도 풍부해졌는데 사람들은 걱정이 많다. 환경주의자들의 근거 없는 비관론에 현혹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쓸데없는 일에 돈을 쏟아붓고 있으며, 정작 시급한 곳엔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유의 ‘환경 때리기’ 저작은 10여년 사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했다. 환경저널리스트 그레그 이스터부룩의 ‘지구의 한 순간(A Moment on the Earth)’이나 국내에도 번역 소개된 로널드 베일리의 ‘에코 스캠(Eco Scam·생태 사기꾼)’, 아롱 윌다프스키의 유작(遺作) ‘그게 정말 사실인가(But is it True)?’, 엘리자베스 휄런의 ‘독물 테러(Toxic Terror)’ 등이 그런 흐름을 이어왔다. 메릴랜드의 경제학자 줄리언 사이먼 역시 경제발전이 오히려 환경을 살린다는 신(新)성장론의 주창자다.

롬보르의 ‘회의적 환경주의자’는 전 환경분야를 섭렵하는 방대한 축적자료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스터부룩을 연상케 하고, 통계로 환경론자들을 몰아세운다는 점에서는 사이먼의 뒤를 잇고 있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과 팀 플레이로 책을 만들었다는 점은 윌다프스키와 같다.

덴마크의 통계학자인 롬보르는 1997년 줄리언 사이먼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나서 생긴 오기가 이 책을 쓰게 했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사이먼은 환경론자들이 너절한 통계자료들 때문에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고, 그린피스 회원이었던 롬보르는 사이먼을 고꾸라뜨리겠다는 생각에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다다른 곳은 당초의 목표지와는 정반대였다.

"癌사망 증가는 환경오면 아닌 수명이 는 탓"

롬보르는 환경주의자들이 사용하는 통계를 꼼꼼하게 봐야 한다고 주의를 준다. 예를 들면 미국의 인구 10만명당 암 사망자 숫자는 1900년 64명에 불과했으나 1950년에는 140명으로 늘었고, 오늘날에는 200명에 달한다. 이를 놓고 환경론자들은 오염 때문에 암 환자가 폭증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암은 ‘노인의 질병’이다. 암 환자의 증가는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이다. 화학물질 남용으로 정자 수가 감소했다고 호들갑이지만, 이건 남성들 성행위 빈도가 잦아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은 그 같은 사례들로 가득 차 있다. 뻔한 통계를 뒤집어 인용한다든지, 돌연변이적 현상을 장기 추세의 발현인 양 과장하고, 잘못된 통계해석이 꼬리를 물어 인용되면서 사실인 양 굳어져 가는 사례들을 쌓아놓고 있다.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롬보르의 타깃은 월드워치의 레스터 브라운 소장이다.

롬보르는 레스터 브라운에게 내기를 제안했다고 한다. 지구의 산림면적이 1950년 이후 과연 늘었는가(롬보르), 아니면 줄었는가(브라운)를 놓고서다. 줄리언 사이먼이 1980년 ‘인구폭발’의 저자 폴 에를리히를 상대로 10년 뒤 광물 가격의 추이에 관해 내기를 걸었던 것을 그대로 따라했다. 10년 뒤 사이먼은 내기에서 이겼다. 하지만 브라운은 롬보르의 내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원의 고갈로 문명이 끝을 맞는 일은 절대로 생겨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회의적 환경주의자’의 주장이다.

모든 변화에는 양면이 있다. 지구 온난화로 열대 질병이 늘어난다면 겨울에 얼어죽는 사람은 줄어든다. 온도 상승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태계도 있겠지만, 증가한 대기중 이산화탄소는 비료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작물 생산량을 늘려준다. 엘니뇨와 같은 기상이변도 내륙의 토네이도 발생을 증가시키는가 하면, 한편으론 허리케인을 줄여준다. 그 피해와 이익을 저울질해보면 엘니뇨는 뜻밖에도 이득을 가져다준다. 그래도 신문과 방송에선 세상의 종말이라도 온 듯 떠들어댄다.

문제는 사회의 잘못된 인식이 투자 우선순위를 뒤틀리게 만드는 점이라고 롬보르는 주장한다. “만약 다 씻은 접시를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본다면, 틀림없이 수많은 미세먼지와 기름찌꺼기를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접시를 조금 더 깨끗하게 닦느라 하루를 온통 다 보내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보람 있는 일이 얼마든지 많다.” 온난화 대책 등 환경투자는 많은 경우 낭비적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무려 1800종의 참고문헌 색인이 붙어 있고, 2930개의 주(註)가 달려 있다. 통계수치도 산더미같이 등장하지만 공 들인 번역 탓에 고통스럽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저자의 주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도 관점의 확장에는 도움이 되는 책이다.

(한삼희 논설위원 shh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