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7일부터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6자회담은 핵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미국과 북한 간의 현격한 입장 차이만을 재확인한 채 29일 끝났다. 참가국들은 회담
이 계속돼야 하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에는 공감대를 이뤘으나, 구체적인 해결 방식 등
에 이견을 보여 공동발표문을 내지 못했으며, 다음 회담 일정도 합의하지 못했다. 당초 미국과
한국 정부는 차기 회담 일정만이라도 잡으면 성공이라고 했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은 절반 이
상 실패한 것이며, 6자회담 전도가 몹시 불투명해 보인다.
◆ 공동발표문 못 내고, 다음 회담일정도 못 잡아
우리 정부의 수석대표인 이수혁(李秀赫) 외교부 차관보는 29일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 북한의 안보우려 해소 단계별, 병행적, 포괄적인 북핵 해결 방법 상황을 악화시키는 추가행동 금지 등 4가
지 점에 6개국이 공감대를 이뤘다고 회담결과를 설명했으나, 이런 사항들을 합의된 문서로 담는
데는 실패했다.
당초 중국은 회담 주최국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회담 마지막 날인 29일 오전 공동선언, 공동발표
문, 의장국 요약 등 다양한 형태의 발표형식을 준비했으나 북한이 "회담에서 제기된 내용을 각
국이 발표하면 되지 형식이 중요하냐"며 공동발표 형식에 반대하고, 미국마저도 "굳이 참가국
들의 합의문으로 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제기해 무산돼 '주최국 요약문'이란 희한한 형태
의 결과를 내놓게 된 것이다.
참가국 대표들은 이번 회담의 유용성에 대해 공감하고, 회담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차기 회담 일정과 장소 합의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중국이 앞으로 각국
의 입장을 조율해 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합의를 이루지 못한 이유가 "어떤 시기와 어
떤 장소가 좋거나 싫거나 하는 문제의 차원이 아니었다"고 우리 회담 관계자가 말해, 일부 국가
들이 과연 6자회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느냐는 회의적 시각 때문에 다음 회담의 시기
와 장소가 확정되지 못했음을 내비쳤다.
◆미·북 간 극명한 이견 재확인
이번 회담에서는 미·북 간의 입장 차이가 줄어들 여지가 그리 크지 않음을 재확인했다. 미국과 북한이 여전히 '선 핵포기'와 '선 적대정책 전환'을 요구하면서 상대방에게만 양보를 요구하
고 있는 형국이 재현된 것이다. 또 북한은 미·북이 핵과 관련된 조치들을 동시에 이행하자고 했
으나, 미국측은 제네바 합의를 어긴 게 북한 쪽이니까 일단 핵 포기 의사를 밝히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영일 외무성 부상은 회담 첫날인 27일 기조연설에서 안보우려 해소와
관련해 '법적 효력이 있는' 불가침조약 체결 주장을 되풀이했으나, 미국측은 이는 관례상 절대
로 불가능하다고 거부했다. 미국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는 이번 1차회담에서 북
한이 '핵포기 선언' 정도의 성의를 보여야 2차회담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미국과 북한은 전체회의에 이어 양자 접촉에서도 서로 굽히지 않고 상대측 입장만 탐색으로 일관
했으며, 둘쨋날에는 아예 양자 접촉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 1차 6자회담에서 미·북은 핵문제
가 불거진 작년 10월 켈리 차관보와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 간의 회담, 지난 4월 3자회담
때보다 양적으로는 훨씬 많은 시간을 털어 이견 절충을 시도했지만 결국 '공통분모'를 찾는
데 실패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당분간 의미있는 대화에 대한 미·북 양측의 기대감도 그다지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
상돼 다음 회담이 열릴 수 있을지 의문이 일고 있다. 6개국이 다음 회담을 앞으로 2개월 내 다
시 연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고는 하지만 2개월 동안 물밑접촉을 통해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2차회담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