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미국·일본·중국·러시아는 29일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6자회담 마지막 전체회의를 갖고,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2차 6자회담을 개최한다는 데 동의했으나 구체적인 회담 날짜와 장소는 확정하지 못했다. 참가국들은 또 공동 발표문 등 합의 문건 채택에 실패, 중국이 ‘주최국 요약’을 구두로 발표하는 형태로 회담을 결산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27일 미국과의 양자접촉과 28일 전체회의에서, “핵 보유국임을 공식 선언할 준비를 하고 있고, 핵실험 실시도 고려하고 있으며, 핵무기를 운반할 수단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28일 일제히 보도했다.
회담 주최국인 중국 수석대표인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대화와 평화적 방법을 통한 핵문제 해결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측 안보 우려 동시 고려 단계를 나누어, 동시 혹은 병행적으로 실행하는 방식 찬성 회담 진행 중 정세를 고조·격화시킬 수 있는 언행 금지 대화 유지, 신뢰 구축, 이견 감소, 공감 확대 최대한 빨리 차기 회담 시기와 장소 결정 등 6개 항의 ‘주최국 요약’ 내용을 발표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수혁(李秀赫) 외교부 차관보도 같은 내용의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6개국은 앞으로 두 달 안에 2차 회담을 갖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영관(尹永寬) 외교부 장관은 오는 9월 2일부터 7일까지 방미, 콜린 파월(Powell)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6자회담 향후 대책을 협의키로 했다.
북한 수석대표인 김영일 외무성 부상은 27일 미·북 양자접촉에서 미국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Kelly) 국무부 차관보에게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바꾸지 않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핵 보유국임을 공식 선언할 준비를 하고 있고, 핵실험 실시도 고려하고 있으며, 핵무기를 운반할 수단도 갖고 있다”고 말한 데 이어, 28일 6자회담 이틀째 전체회의에서도 이같이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의 클레어 뷰캔(Buchan) 부대변인은 “북한은 상대를 격앙시키는 발언(inflammatory comments)을 해온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 “그런 발언은 북한을 세계로부터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의 필립 리커(Reeker) 대변인도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되며, 핵실험을 실시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왕이 중국 수석대표는 그러나 29일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회담 중 조선(북한)이 말한 내용을 잘 보라. 구체적인 것은 조선에 직접 물어보라”며 모호하게 답변했다.
북한이 핵 보유국임을 공식 선언한다면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에 이어 핵무기 클럽에 드는 아홉 번째 국가가 된다.
한편 미국은 29일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분명하게 인정했다”면서 그러나 “위협이나 공갈”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앤 프로코포위츠 미 국무부 대변인은 베이징(北京) 6자회담 후 미 정부의 첫 공식 논평에서 “북한의 성명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분명한 인정”이라면서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위협이나 공갈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로코포위츠 대변인은 또 핵실험을 하겠다는 북한의 위협이 북한을 세계에서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북경=여시동특파원 sdyeo@chosun.com)
■북핵 6자회담 결과에 대한 주최국 요약
1. 각국은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유지하며,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희망했다.
2. 각국은 모두 한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했고, 동시에 북한측이 제기한 안보 등 분야의 우려를 고려하고 해결해야 함을 공동 인식했다.
3. 각국은 단계를 나눠 동시에 혹은 병행해 실시하는 방식에 원칙적으로 찬성했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전체 계획을 모색·확정한다는 데 찬성했다.
4. 각국은 평화적 회담의 진행과정에서 정세를 고조시키거나 악화시키는 언행을 취하지 않기로 동의했다.
5. 각국은 대화를 유지하고 신뢰를 구축하며, 이견을 줄이고 공동 인식을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
6. 각국은 6자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한편, 외교채널을 통해 최대한 빨리 차기 회담의 시기와 장소를 확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