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미니시리즈 ‘로즈마리’ 에 출연하는 박지윤

28일 오후 경상남도 남해. 다음달 15일 방송을 시작하는 KBS 2TV 미니시리즈 ‘상두야 학교가자’의 촬영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는 스타는 유명 탤런트도 영화배우도 아니었다. 가수 비였다. 비는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상두’ 역에 캐스팅됐다. 프로듀서 박진영과 2집 앨범 준비에도 한창인 그는 이제 연기자로도 ‘겸업 선언’을 했다. 이번 16부작 미니시리즈에서 그는 7살짜리 아이를 두고서 공효진과 사랑에 빠지는 ‘신세대 유부남 제비족’을 맡았다.

비뿐만 아니다. 가수들의 연기 진출이 급증하고 있다. 그것도 잠깐 얼굴을 비치는 특별 출연이나 조연이 아니다. 어엿한 주연을 가수들이 맡는다. SBS TV로 리모컨을 누르면 오는 10월로 예정되어 있는 미니시리즈 ‘때려!’의 주연 성시경이 대기하고 있다. MBC TV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 종종 게스트로 출연했던 성시경은 올해 초 설날특집극 ‘가문의 영광’에도 출연, 횟수로는 ‘연기 초짜’를 벗어났다. 상대역은 신민아. 권투선수 오빠가 죽은 뒤 자신을 돌봐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남자 성시경과 삼각 사랑을 꾸미게 된다.

SBS ‘첫사랑’ 의 신성우

MBC TV의 인기 시트콤 ‘논스톱’은 아예 가수들의 각축장이다. 다음달 15일부터 시작하는 ‘논스톱 Ⅳ’는 드라마의 중심 축과 주요 공간을 대학 내 그룹사운드로 설정했고, 가수 윤종신, 그룹 ‘신화’의 전진과 앤디 등이 중심 인물로 등장한다. 이외에도 오는 11월로 예정된 KBS 미니시리즈 ‘로즈마리’의 박지윤이 “다음은 내 차례”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 출연했거나 출연 중인 가수들로 시선을 돌리면 KBS 2TV 주말드라마 ‘보디가드’의 마야, SBS TV 주말드라마 ‘첫사랑’의 신성우, SBS TV 주말드라마 ‘천년지애’의 성유리, MBC TV ‘옥탑방 고양이’의 이현우 등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가수들이 줄줄이 마이크를 잠시 놓고 브라운관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들에겐 ‘가수’라는 이름보다는 여러 영역에서 자신의 다양한 ‘끼’를 분출하는 ‘엔터테이너’라는 호칭이 더 맞춤인 셈이다.

SBS ‘천년지애’ 의 성유리

하지만 이런 현상의 이면을 뒤집어보면 “쓸 만한 주연 연기자가 없다”는 드라마 제작진의 하소연이 자리하고 있다. 스타급 연기자들은 TV로 이름을 알린 뒤 스크린으로 떠나버리고, 채널이 많아지면서 제작 중인 드라마 편수는 현격하게 늘어나 연기력을 갖춘 배우의 캐스팅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래로 대중적 지명도를 이미 획득한 톱가수들을 드라마에 끌어들여 이들의 인기에 ‘무임 승차’해 보려는 유혹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음반시장이 불황이다 보니 가수들도 은근히 불러주기를 기다리며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 즉 ‘감히 청하지는 않지만 속으로 바라고 있다’는 분석이다

MBC 박종 드라마국장은 “가수들의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채로 그들의 지명도만을 빌리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스타만을 좋아하는 시청자를 우선 생각하다 보니 이런 불가피한 선택이 나오는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