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목수 일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김영옥(金榮玉·56·서구 서대신동2가)씨는 한 달째 일을 못했다. 앞으로도 3개월 가량은 일을 할 수 없는 처지이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간 절반을 떼어주고 지난 23일 병원에서 퇴원해 아직 성한 몸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씨는 5년 전에도 콩팥 한 쪽을 역시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떼줬다. 그냥 귀한 생명을 구하는 일이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27일 오후 만난 김씨는 더운 날씨에도 배에 복대(服帶)를 하고 있었다. 복대를 벗겨 내고 속옷을 올린 배에는 수술 자국이 좌우로 길게 나 있었다. 지난 7월 25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간을 떼어내줄 때 생긴 상처다. 그 아래 왼쪽 배에는 5년 전 신장을 기증할 때 생겼던 수술 자국도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김씨는 “어떻게 간을 기증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내가 회원으로 있는 새생명나눔회에서 ‘간 기증이 필요하다’고 해서 응했다”며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투로 답했다. 김씨가 간을 기증하고 받은 보상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간 기증을 위해 부산~서울 간 무궁화호 열차 왕복교통비도 본인이 댔다.
“새 생명을 얻은 분들이 사회에 큰 보답을 하면 되지요. 바랄 게 뭐 있겠습니까.”
김씨는 정말 아무 욕심도 없는 표정이었다. 김씨는 한동안 일도 못해 돈을 벌 수도 없다. 게다가 매일 세 차례 약을 먹어야 하고 상처가 아물 때까지 병원을 다녀야 한다.
“생활비가 급하긴 하지요. 하지만 동네 사람들이 도와주데요.”
서울의 병원에서 한 달여 만에 퇴원해 집에 오니 서대신동2가 통장 모임과 동사무소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각각 50만원씩을 전해주더라며 김씨는 고마워했다. 현재 고정 수입은 통장 활동비로 매월 받는 12만원이 전부. 재산이라곤 국유지에 무허가로 세워진 15평 남짓한 집이 유일하다.
이 집에는 김씨 부부가 우모(75)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우 할아버지는 같은 동네에서 힘겹게 홀로 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안타까워 3년 전부터 그가 모시고 있다고 했다.
그가 남을 위해 자신의 몸을 내어주기 시작한 것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봉천동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중 다른 인부로부터 “초등학교 3학년짜리 아이가 백혈병으로 고생한다”는 말을 듣고는 물어 물어 찾아가서 골수를 기증했다.
다른 사람과는 달리 조금은 유별난 방식으로 ‘이웃사랑’을 하는 데 대해 그는 “뭔가 남을 돕고 싶은데 가진 재산은 없으니 결국 몸으로 때우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교회에 다니는 독실한 신자라는 점도 거침없는 선행을 하게 된 밑거름이 된 듯했다.
그는 지난 98년 9월 사랑의 장기기증운동 부산본부에 시신기증을 등록했다. 자신이 죽은 뒤에도 자신의 몸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해서다.
“내 몸 하나로 나를 포함해서 모두 4명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뿌듯합니다.”
김씨는 “그러고도 남은 콩팥 하나로 한 사람, 내 눈으로 두 사람, 내 피부로 화상을 입은 사람 등 앞으로 대여섯명이 더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다”며 흐뭇해했다.
“간이 자라면 또 떼줄 것”이라고 말하는 김씨는 모든 것을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닮은 목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