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농구’계에서 짱으로 불리는 에이드리언 스콧 (Adrian Scott·17). 그는 최근 강원도 횡성 현대 성우리조트에서 열린 길거리 농구대회 개인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3년 전엔 YMCA주최 길거리 농구대회서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길거리 농구’ 출신이지만 그를 차세대 유망주로 눈여겨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사람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큰 것은 눈에 띄는 실력도 그렇지만, NBA(미 프로농구) 선수인 조 스미스(28·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친척 사이라는 점도 플러스로 작용하고 있다. NBA 팬이라면 스미스에 관해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다. 스미스는 지난 95년 수퍼루키로 인정받으며 1순위로 지명돼 골든스테이트워리어스에 입단한 선수다.
NBA스타 조 스미스의 친척 "언젠간 KBL선수로 뛸겁니다"
스콧은 농구공에 시름을 날려버리는 날이 많았다.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로 주변의 놀림이 서러웠다. 그의 아버지는 20여년 전 한국에 파견온 미군으로 당시 같은 부대에서 일하던 스콧의 어머니와 결혼했다. 부모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다 지금은 경기도 오산 미군부대 근처에서 정착해 온 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
“애들이 많이 놀렸죠. 피부색이 다르니까요. ‘야, 이 미국놈아’ ‘어이, 검둥이! 영어 좀 해봐’ 하면서요. 지금이야 영어를 잘하지만 그땐 영어도 못했거든요. 부모님이 맞벌이하셔서 할머니랑 지내다 보니 영어 한마디도 몰랐죠.”
외국인 초등학교에 들어간 다음에는 또 다른 괴롭힘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영어 못한다고 놀리더라고요. 열 살 이전까지는 별로 좋은 기억이 없네요. 화도 많이 났죠."
외로움을 달래다 잡은 것이 농구공이었다. 혼자 다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농구를 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농구에 빠지다 보니 마음에 맞는 친구도 생겨 팀을 만들기도 했다.
어느새 스콧의 별명은 ‘AJ’가 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들이 붙여준 것으로 NBA 스타 마이클 조던을 ‘MJ’라고 부르는 데서 착안해 그의 농구실력을 칭찬한 별명이다. 스콧의 장기는 드리블링과 덩크. 1m90의 큰 키를 이용해 림에 공을 꽂아넣을 땐 친구들의 환호성이 터진다.
그는 “스미스 형의 얘기를 전해들으면서 농구에 대한 열정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농구선수가 될지, 미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해 아버지처럼 군인이 될지를 두고 고민했다”면서 “지금은 농구선수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된장찌개와 육개장 등 한국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스콧은 미국보다 한국에 사는 게 좋다고 한다. “미국이나 일본 리그도 좋지만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에서 뛰고 싶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에게 한국말을 배우면서 여기서 오랫동안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몇 년 뒤 다시 만날 때 ‘KBL선수 스콧’으로 불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