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의 결혼기피와 출산기피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저출산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를 의미한다. 급격한 우리 사회의 노령화가 가져올 역삼각형의 인구구조를 상정한다면 가히 충격적인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겠다.
저출산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여러 모로 따져봐야겠지만, 많은 부부들이 아이를 스스로 안 낳겠다고 하는 것을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 불안정한 고용과 청년실업 등 험난한 세상이 두려운 젊은 남녀의 만혼과 결혼 기피에 따른 혼인율 저하도 원인이지만, 여성의 취업 혹은 경제적 이유로 인한 자녀출산 기피도 중요한 원인의 하나이다.
그러나 가정과 관련된 사회문제가 어디 저출산뿐인가. 노인부양문제, 청소년 범죄, 가족동반자살, 과소비와 신용불량 등 수없이 많은 문제로 개별 가정은 빈사상태에 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사회 전체가 아우성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은 없는가? 물론 이에 대해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는 정작 너무 가까이 있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가정’으로 회귀되며, 해결책도 ‘건강한 가정’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그렇다고 시계추를 되돌려 과거의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기능을 빌려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은 아니다. 가정의 모습과 기능은 이미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부부 중심 핵가족의 가정이 대부분이지만, 모·부자 가정, 노인가정, 독신가정 등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이처럼 가정의 성격이 달라진 상황에서 우리 가정을 위기로 몰고 있는 문제의 해결을 과거처럼 개별가정에만 떠맡길 수는 없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가정이 구성원의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자립하여 생활의 질적 향상을 위한 기본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적 지원을 강구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또 이를 위해서는 보호 대상에게 제공한 것과 같은 보호시설의 유지나 경제적 부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개별가정의 부담을 경감시켜줄 공적 지원과 함께 가정생활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복합적인 지원이 중요하다. 문제의 핵심인 가정생활의 다양한 기능을 회복하고 활성화시켜 건강가정으로 육성해 나가는 통합적인 가정정책이 필요하다. 요컨대 가정의 건강성 회복은 가정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는 관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가정의 건강성 회복만으로 복잡한 가정문제가 일거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또 건강한 가정의 이미지도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런 다양성을 전제한 위에 건강성을 되찾도록 국가는 도와야 한다.
가정이 갖는 본질적인 특징은 서로 이해하고 감싸주는 사랑의 공동체라는 것이다. 개인은 가정을 통해 삶에 필요한 활력을 재충전한다. 동시에 사회는 가정을 통해 사회유지에 필요한 노동력을 공급받는다. 가정은 개인의 삶과 사회의 존속에 있어 꼭 필요한 것이며, 다른 어떤 기구나 제도도 대체할 수 없는 인류의 문화유산이자 가치이다. 이를 낡은 것, 무가치한 것으로 폄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가정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하여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이다. 하지만 가정문제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고식적이고 소극적인 대처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국가는 새로운 발상에 기초하여 보다 전문적이며 체계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개별가정의 문제가 심화되어 가정붕괴로 가는 것을 미연에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생활 전반에 관한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받은 전문인력의 도움이 필요하며, 이러한 전문인력이 개별가정의 다양한 문제를 극복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도록 제도적·행정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가정학계가 건강가정육성기본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백희영·대한가정학회회장·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