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초 일요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배낭을 메고 혼자 북한산에 올랐다. 평소처럼 비봉 능선에서 문수봉을 거쳐 백운대까지 가려 했지만, 그날따라 날씨가 후텁지근하고 몸이 무거워 아쉽지만 삼천사 계곡으로 들어섰다. 삼천사 계곡은 한 두 번 스친 코스로 조용하고 인적이 드물어 혼자 사색하며 걷기에 좋은 코스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삼천사를 향해 내려오던 중 잠깐 휴식을 취하기 위해 길 옆 큰 노송 밑에 배낭을 내려놓다가 노송에 이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노송 바로 밑에 큰 구멍이 뚫려 있어 들여다 보았더니 군부대서 진지(陣地)를 구축해 놓은 것이다. 왜 하필 큰 노송 아래에 진지를 구축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무의 생명인 뿌리 밑을 파고, 콘크리트까지 발라 놓았으니 노송이 죽을 것은 뻔한 일이다. 누렇게 말라 죽어가는 노송 잎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군 당국이 조금만 헤아렸다면 노송은 푸르름을 간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죽어가는 노송을 생각하며 하산하는 발길이 무겁기만 하였다.

(경문수·57·한국화가·서울 강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