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6자회담이 27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린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혀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백악관은 너무 늦었다.
북한에 의한 도전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북한은 인권문제에 소름 끼치는 기록을 갖고 있고, 국가가 불법 무기와 마약 수출 그리고 무엇보다도 핵무기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는 전체주의 국가다. 인센티브를 주든, 위협을 가하든 북한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설득한다는 것은 대단히 힘들다는 것이 확인됐다.
미국은 김정일 위원장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국제적 검증 과정을 수용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그런 결과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부시 대통령은 위기를 고조시키면서 새로운 제재와 해상 봉쇄, 또는 심지어 족집게 공격 같은 것으로 북한을 위협하는 방안을 택할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일을 확실히 권좌에서 몰아내겠다고 위협할 수는 없다. 그것을 위해 쓸 만한 군사적 방안도 없다.
지금은 분수령 같은 시점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초강대국이 작고 고립된 한 나라에 대해 재앙을 무릅쓰지 않고는 자신의 뜻을 관철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세계 도처에서 이 같은 위험이 증가할 것이다.
냉전 이후 유일한 초강대국이 된 미국에서 9·11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은 전 세계의 국가들이 택할 수 있는 길을 딱부러지게 제시했다. “우리(미국) 편이 아니면 우리의 적(敵)”이라는 것이었다. 오늘날 미국과 같은 견해를 갖지 않는다는 것은 곧 국제 외교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는 ‘불량배 국가’로 낙인 찍힐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 된다.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적’이라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선호하는 전략이다. 그리고 다른 여러 나라들에 자신의 안보를 도모하기 위해 스스로 미국과 거리를 더 두는 쪽으로 부추기게 될 것이다.
게다가 국제 테러리즘의 만연과 통신 혁명 그리고 파괴적인 여러 기술들의 통합 등은 불량배 국가들과 일부 단체들 또는 심지어 개인들까지도, 어떤 나라의 안전이든 위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북한과 같은 은둔 국가도 핵무기를 쌓아놓을 수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과 그 동맹국들(1981년에 이라크가 핵무기 능력을 갖추려 한다는 이유로 이라크의 원자로를 폭격했던 이스라엘을 제외하고)은 핵확산 방지를 위해 효율적으로 나서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다. 만일 어떤 나라들이 핵무기 보유국이 되겠다는 의사를 보인다 하더라도 국제적 비난과 무역 제재 정도를 각오하면 되었다. 핵 확산은 말하자면 중범죄라기보다는 그저 교통위반 딱지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1994년부터 2002년까지 북한에 대한 미국의 비확산 노력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하겠다는 북한의 약속뿐 아니라 불충분해 보이는 감시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북한이 제네바 핵합의를 위반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음이 분명해진 때에도 미국의 반응은 경제적 위협뿐이었다. 이 같은 유형의 대응은 심각한 결과를 낳았고 ‘핵을 보유한 북한’은 그 첫 결과일 뿐이다.
어떤 정권도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해체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구(舊)소련 붕괴 후의 신생 독립국인 벨로루시·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와 흑백 인종차별 정권이 붕괴한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정권교체 후에 핵무기가 해체된 사례는 있었다. 그러나 핵무기 보유를 추구했던 어떤 정부도 나중에 핵무기 파괴를 제안한 적은 없었다. 북한이 스스로 그런 제안을 하리라고 상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트리뷴 미디어 서비스 인터내셔널
(이안 브레머(Ian Bremmer)·유라시아 그룹 회장·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