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박홍규 교수

KBS 1TV의 책 소개 프로그램 ‘TV, 책을 말하다’(목 오후 10시) 유럽 취재에 동행했던 영남대 박홍규(朴洪圭·51·법학) 교수가 ‘방송사 취재의 혈세 낭비’를 고발하는 글을 일간지에 공개 발표,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해당 방송사와 프로그램 제작진은 26일 자체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는 한편 진상 조사에 나섰다.

박 교수는 몇 개의 지방 신문에 함께 실리는 지난 21일자 신디케이트 칼럼 ‘전망대:부끄러운 고백’(대구매일)과 ‘부일시론:혈세 낭비 부끄러운 고백’(부산일보)을 통해 “나는 공적으로 일한답시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탓으로 솔직히 국민 앞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며 “KBS PD와 함께한 1주일은 악몽이었다”고 적었다. 박 교수는 KBS의 ‘TV, 책을 말하다’ 제작진으로부터 자신의 저서 ‘베토벤을 보는 또 다른 시선:박홍규의 베토벤 평전’ 무대가 된 현지 취재 요청을 받고 지난 7월 10일부터 제작진과 유럽 현지에서 합류, 오스트리아 빈, 독일 본 등지에서 1주일 동안 함께 촬영을 마친 뒤였다.

박 교수는 이 글에서 유럽 촬영 당시에 있던 일을 소상히 밝혔다. 첫날부터 PD가 약속 장소인 현지 공항에 말도 없이 나타나지 않아 이틀을 꼬박 기다렸는데 늦은 이유가 ‘잦은 출장으로 공짜 비행기표가 생겨 가족을 데려오려 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였고 촬영 1주일 중 처음 이틀은 PD의 아들이 아파 호텔과 약국·병원을 전전했으며 3일째는 첫 촬영을 하려 했으나 그마저 미리 사전 연락을 취하지 않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들은 촬영과 무관한 관광을 즐기면서 가족의 모든 비용을 방송국 출장비로 정산하기 위해 영수증을 철저히 챙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작 가장 큰 고통은 담당 PD가 프로그램 제작에 소홀했다는 점"이라며 촬영을 하게 해달라고 한 시간 이상 사정을 하다가 (상대편이) 사전 허가가 없었으니 약간의 돈을 내야 한다고 하자 담당 PD가 촬영을 포기했고 겨우 촬영을 하려다가도 별안간 (PD의) 부인이 쇼핑을 해야 한다며 몇 시간 걸려 호텔에서 부인과 아픈 아기를 데려 왔다고 썼다.

박 교수의 고발로 파문이 확산되자 ‘TV, 책을 말하다’ 책임 PD는 “깊은 도의적 책임을 느끼며 불미스러웠던 일에 대해 회사를 대표하여 박 교수께 사과드렸다”면서 “담당 PD에 대해서도 사실 확인 후 사규에 근거,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자체 홈페이지(www.kbs.co.kr/1tv/book)에 올렸다. 하지만 사과문 게재 이후에도 이 프로그램 홈페이지에는 “KBS는 즉각 이 거액의 출장비를 국민에게 되돌려 달라” “내 피 같은 돈으로 낸 시청료로 그딴 짓을 하다니…” 등 100여건에 달하는 네티즌들의 항의글이 쇄도했다. 박 교수는 자신의 기고문에서 해당 PD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 본지는 해당 PD의 반론을 받으려 했으나 이날 휴대전화를 꺼놓은 상태로 하루종일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