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브라더스’에서 상우(이정재)는 얼떨결에 조로증에 걸린 이복동생 봉구(이범수)를 떠맡게 된다. 운전 중 속도위반 카메라에 찍히는 모습을 담은 이 장면은 이 영화의 엔딩에서 한번 더 의미심장하게 사용된다.

해마다 추석은 한국 영화의 각축장이었다. ‘공동경비구역 JSA’ ‘조폭 마누라’ ‘가문의 영광’ 같은 영화들이 지난 3년간 추석에 개봉되어 경이로운 흥행기록을 수립했다. 올해는 어떤 한국 영화가 선두를 차지할까. 결과를 아직 단언할 수 없지만 대부분 작품들이 시사회를 마친 지금 ‘오! 브라더스’(9월 5일 개봉)가 강력한 후보라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상우(이정재)는 불륜 커플의 사진을 몰래 찍어 돈을 뜯어내며 살아간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어렸을 때 어머니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살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빚을 자신이 물려받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감당할 능력이 없는 상우는 빚의 또 다른 상속인인 이복동생 봉구(이범수)와 그 어머니를 찾아나선다. 그러나 수소문 끝에 찾아낸 열두 살 봉구는 조로증(早老症) 때문에 겉으론 30대로 보인다. 봉구를 다그쳐 실종된 봉구 어머니를 찾아내려던 상우는 봉구의 숨은 재능(?)을 발견하고 환호한다.

‘오! 브라더스’는 무척 영리한 대중영화다. 연출도 괜찮지만 드라마 작법이 더 돋보이는 이 작품 속엔 요즘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이 솜씨 좋은 조리법에 담겨 모두 들어가 있다. 각본까지 직접 써낸 김용화 감독은 이미 어디서 어떻게 관객을 웃기고 울려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능숙하게 데뷔전을 치렀다. 거의 수학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소품이나 대사를 통해 철저히 조율된 복선이 유머와 감동을 익숙하게 빚어낸다. 제목은 평범하다 못해 게으르게까지 느껴지지만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흘러가는 내용은 시종 찰기가 있다. 그러면서 결코 ‘오버’하지 않는다.

극 초반 이 영화는 조금 위태롭게 시작한다. 공형진과 김형자가 등장하는 첫 시퀀스는 과장되어 보이고, 어른의 얼굴로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지으려 하는 초반의 이범수는 열두 살보다는 여섯 살에 가까워보인다. 하지만 코미디로서 아이디어가 뛰어난 장면들이 연이어 이어지면서 결국 관객을 설득해낸다. 아이의 철 없는 행동이 무시무시한 조폭의 행동으로 오인받는 상황들에서 잘 드러나듯 이 영화의 웃음은 아이러니와 중의법을 결정적 무기로 삼는다. 그것은 관객을 한 방에 보내버리는 유머가 아니라 치밀한 기교와 구성 끝에 웃음의 그물에 옭아매는 유머이다.

콩콩콩 뛰는 모습에서 장난스레 쏘아붙이는 말투까지 아이의 행동과 어투를 세심하게 관찰한 듯한 이범수는 어른의 외모와 아이의 마음을 지닌 봉구 캐릭터에 더없이 적절해 보인다. ‘태양은 없다’에서 최고 연기를 보여줬던 이정재는 그 영화에서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배역을 맡아 오랜만에 작품 속에 제대로 녹아들었다.

한국 관객의 아킬레스건인 ‘가족’을 건드리는 ‘오! 브라더스’의 감동은 많은 이들을 사로잡겠지만 왠지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인 정 형사는 특이해 보이지만 사실 ‘레옹’의 게리 올드먼 이후 수도 없이 반복되어온 게으르게 창조된 캐릭터이다. 유머든 감동이든 넉넉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펼쳐지는 이 영화에 정 형사의 이야기는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다. 이 영화는 또한 기본 얼개에서 구체적 장면들까지 ‘레인맨’으로부터 ‘잭’에 이르는 많은 작품을 떠올리게 하며 기시감(旣視感·언젠가 본 적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최대 다수의 최대 쾌락’을 지향하는 대중영화는 언제나 최선이 아닌 차선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밖에 없다. 클라이맥스로 의도된 감동의 순간까지도 직설적으로 내지르지 않고 유머와 재치를 동반하는 이 영화의 깔끔한 완성도는 극장을 찾는 명절 관객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손에 쥐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