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시아드 취재를 위해 대구에 온 북한 기자단과 반북 시위를 벌이던 민간단체 회원들이 충돌했다.
민주참여네티즌연대와 북핵저지시민연대 회원 등 20여명은 24일 오후 2시부터 대구 북구 산격2동 유니버시아드 미디어센터(UMC)가 있는 엑스코(EXCO) 정문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김정일 타도하여 북한 주민 구출하자’ ‘김정일이 죽어야 북한 동포가 산다’는 글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노무현 대통령의 ‘인공기 소각 대북 유감성명’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면서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에 언론 보도가 집중되는 행태를 비난했다.
시위대는 “국내 언론들이 북한 선수, 미녀 응원단만을 집중 보도해 다른 170여 참가국들을 소외시키는 결례를 하고 있다”며 “김정일 집단이 8·15국민대회 때의 인공기 소각 사건을 트집 잡아 사과를 요구한 것은 내정간섭”이라고 말했다.
양측 간에 충돌이 벌어진 것은 경기장에서 취재를 마치고 미디어센터로 돌아오던 북측기자 6~7명이 시위 장면과 플래카드를 목격하고부터.
북한 기자단은 시민단체 회원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이거 치우라” “개××들”이라며 거칠게 항의한 뒤 기사송고실로 이동한 뒤 다시 광장으로 내려와 몸싸움을 벌였다. 시민단체 회원들과 북한 기자단 중 몇몇은 서로 주먹을 휘둘러 셔츠가 뜯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탈북자 지원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45)씨가 땅바닥에 쓰러졌다. 최근 목과 다리를 다쳐 보호대를 착용 중이던 폴러첸씨는 “누군가 내 목을 후려쳤다”고 말했다. 북한의 김광진 기자도 인공기 배지가 달린 셔츠가 찢겨지고 손가락을 다쳤다.
이날 집회에서 성명서 발표와 시위를 주도했던 인터넷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는 북한과의 몸싸움 이후 “폴러첸씨와 주권찾기 시민모임의 회원 한 명이 북한 기자들의 구타 때문에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날의 충돌을 “평화적인 시위에 대한 북한의 테러행위”라며 정부가 사과하고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북한의 한 기자는 “우리 장군님을 저렇게 공개적으로 모독하는 것은 노골적 도발행위이며, 공화국에 대한 모독”이라면서 “우리 기자단은 이에 대한 공식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자유시민연대의 지도위원인 이재진씨는 파란색 한반도 지도에 흰색으로 ‘자유’라고 적은 대형기를 엑스코 광장에 펼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씨는 “통일을 위해서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가치가 자유”라며 “북한 여성 응원단이 한국의 자유를 호흡하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23일 오후 2시쯤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서 인터넷 카페 동호인 모임인 ‘미래한국연구회’ 소속 회원 8명이 ‘북한선수단에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나눠주다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됐다가 오후 9시쯤 모두 풀려났다.
이에 앞서 23일엔 북한응원단을 위한 오찬에서 사진기자들이 당국의 과잉 경호에 항의해 한때 취재를 거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