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균(鄭順均) 국정홍보처 차장이 해외 유력 언론에 한국 기자 전체의 명예를 훼손시킬 만한 기명 투고를 게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공보비서를 했던 정 차장은 22일자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 칼럼난에 ‘한국 언론에 맞서며(Standing Up to the Press in Korea)’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200자 원고지 9장 분량의 이 글에서 그는 “많은 한국 기자들은 기초적인 사실을 체크하거나 중요한 부분을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쓰는 경향이 있다” “정부 부처마다 중요하다 싶은 기자들에게 술과 식사를 대접하고 정기적으로 돈봉투를 돌렸다(regularly handed them envelopes of cash)”고 썼다. 그는 이어 “노무현 정부는 이런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정부와 언론 간의 건전한 관계를 정착시키기 위해 과감한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차장은 22일 문제의 투고내용이 논란이 일자 “번역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면서 당초의 국문 초고를 공개하는 등 해명에 나섰다. 공개된 국문 초고에는 ‘…술과 식사를 대접하고 정기적으로 돈봉투를 돌렸다’는 부분이 ‘과거 정부는 긍정적인 기사를 기대하며… 향응·촌지 등 비합리적이고 건전하지 못한 방식으로 언론과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돼 있었다. 이에 대해 영문 번역과 최종본 작성을 책임진 박용만(朴龍萬) 홍보처 외신과장은 “‘향응’ ‘촌지’ 등 적당한 영어 표현을 찾기 어려운 단어들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정 차장 등은 그러나 과거 정부가 어느 시대 때까지의 정부인지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정 차장은 “한국 언론이 정기적으로 공무원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는 것처럼 보도된 것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모든 잘못은 내 책임이며 사임 사유가 된다면 홍보처 차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한국 기자들이 기초적인 사실 체크를 안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 언론의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보도 태도를 지적한 것”으로 사과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이에 앞서 홍보처는 지난 18일 AWSJ이 사설을 통해 노 대통령의 언론사 상대 소송 제기를 비판하자 정 차장 명의의 투고를 게재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