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왕세자 교육/김문식·김정호 지음/김영사/1만4900원)
역사상 어느 한 시기도 자녀교육 문제가 당대의 최대 관심사를 비켜간 적은 없다. 근년 들어 태교(胎敎)만 보더라도, ‘모차르트 이펙트’가 화제더니, “모차르트보다 재즈가 낫다”는 이론이 등장했다. 예쁜 아기의 사진을 곁에 두고 보면 내 아기도 예뻐진다, 좋은 생각만 하면 아이의 품성이 착해진다 등등, 이론도 많고 학설도 많다.
비교적 근세인 조선시대, 왕과 왕비들은 자녀교육을 어떻게 했을까. 아마도 최고의 환경과 교재·음식을 주며 ‘군주의 길’을 예비토록 했을 것이다. ‘조선의 왕세자 교육’은 우리 고문헌을 뒤져 왕세자의 잉태부터 제왕이 되기까지의 교육과정을 해설한 책이다. 사료(史料) 중심의 연구서이되, 21세기 부모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에서 훌륭한 실용서이기도 하다. 서울대 규장각 학예연구사인 김문식과 동화작가인 김정호가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해 ‘보양청일기’ ‘강학청일기’ ‘육전조례’ 등 20여종의 고서로부터 최근 논문을 낱낱이 뒤져냈다.
조선왕조의 자녀교육은 왕과 왕비의 합궁(合宮)에서 시작한다. 길일(吉日)을 받아 ‘거룩한 동침’이 계획됐고, 이는 한 달 하루꼴이었다. 왕비나 후궁이 잉태하면 그때부터 본격 태교가 시작됐다. 옆으로 누워 자지 않고 비스듬히 앉지 않으며 외발로 서거나 맛이 야릇한 음식을 먹지도 않았다. 또 옥과 자수정을 가까이 했고 가야금과 거문고 소리를 들었다. 정서안정과 집중력을 위해 바느질도 했다. 음식 중에선 게와 문어를 먹지 않은 것이 특이하다.
왕의 맏아들인 ‘원자(元子)’는 유모가 키웠는데, 유모는 영의정 바로 아래 품계인 ‘봉보부인’으로 봉해질 만큼 존중받았다. 원자의 양육은 보양청과 강학청에서 맡았다. ‘천자문’ ‘동몽선습’ ‘대학’ 등을 가르쳤으나 실제로는 하루 한문 한두 자나 간단한 숫자를 가르쳤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조청(물엿)을 두 숟갈 먹인 것은 머리를 맑게 하기 위함이었다. 피로를 푸는 소금 목욕은 민간에도 퍼진 교육법이었다.
어른께 문안하고 잠자리를 보살피는 기본 예절부터 바른 옷차림과 각종 통과의례는 원자가 치러야 할 필수과정이었다. 원자가 드디어 세자에 책봉되면, 본격적인 제왕수업이 시작됐다. 역대 국왕의 모범사례를 묶은 책들을 공부했고, 무예훈련과 농경실습을 아우르는 ‘전인교육’이 실시됐다.
조선왕조의 자녀교육이 현대 부모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그중 흔들리지 않는 제1원칙은 ‘예기(禮記)’에 있다. ‘오랫동안 바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바르게 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