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1만3055명. 경기침체가 심화된 지난해 자살한 사람 수다. 생활고로 목숨을 끊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우리 사회에만 있는 것도 아니지만 최근의 경향은 너무 심하다. 그만큼 우리 주변엔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그런가 하면 며칠 전 서울의 어느 한 자치단체에서는 지방세를 잘 내는 구민에게 승용차를 제공키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과연 부자 구(區)다운 발상이다. “우리 구 예산을 우리가 알아서 하는데, 누구 이래라저래라 하느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지방세를 잘 걷기 위한 것치고는 너무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재정 자립도가 바닥을 달리는 자치구들의 경우엔 살림이 어렵다 보니 주민을 위한 새로운 사업을 벌이려 해도 재원마련이 안돼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자치단체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마당에 다른 자치단체, 다른 지역 주민들과의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은 아닌지, 주민들에게 인센티브를 줄 방법이 이것밖에 없는지 아쉬움이 든다.
해당 자치구의 모 간부는 “지방자치의 관건은 돈”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이 얘기는 기사의 문맥에 따라 두 가지로 들린다. 돈이 있어야 주민을 위해 양질의 행정을 펼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돈 많은 구의 은근한 과시로 말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재정여건이 열악한 타 자치구와 그 지역 주민들로서는 상대적인 허탈감을 갖게 될 게 뻔하다. 잘사는 구의 여건은 해당 자치단체의 다양한 노력에 의한 것도 있겠지만, 사실 지역여건에 따른 원인이 더 크다. 부자 구라도 다른 여타 지역의 주민정서를 감안해 영리목적의 기업에서나 하는 승용차 제공보다는 남는 재원을 다른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흔쾌히 내놓는 행정으로 승화시켜 봄이 어떨까. 자기 구에 한정하지 말고, 서울시민 전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여 사회의 공동선을 추구함으로써 더불어 함께 사는 통 큰 행정을 펼쳐 보이는 것 말이다.
우리 주변엔 오늘도 찌든 생활 가운데 근근이 살아가는 불우한 이웃이 많다. 이들에겐 지방세를 인터넷으로 납부하면 추첨을 통해 고가의 승용차를 경품으로 준다는 이웃 자치구의 이야기가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함대진·44·공무원·서울 노원구)